규제 엎친 데 코로나 덮쳐… 거래절벽·전세난 장기화 조짐
2020.03.03 17:41
수정 : 2020.03.04 14:44기사원문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매매 실종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의 경우도 눌러앉는 보수적 수요가 늘어나며 전세난 장기화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분양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 속에 건설사들이 견본주택 개관을 미루는 등 눈치보기 장세에 접어들고 있다.
■2월부터 거래절벽…3월 더 심할듯
3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세에 접어든 2월 거래량은 대폭 줄었다.
2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계약일 기준)은 382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5970건) 대비 36% 감소한 수치다. 12·16 대책이 발표됐던 지난해 12월 거래량(9593건)과 비교하면 60% 급감하며 40%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12·16 대책으로 거래감소 추세가 이어지긴 했지만 거래절벽 현상이 급격히 심해진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아예 방문자의 발길이 끊겼다고 토로한다.
마포구 아현동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일단 방문자가 있어야 거래가 발생하는데 발길 자체가 확 줄었다"며 "전세계약 연장 외에 매매는 지난달 초에 한 건 성사시킨 것이 전부다. 지금은 집을 보고 싶어도 집주인들이 방문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마포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375건에서 올해 2월에는 103건으로 74%나 급감했다.
■전세 눌러앉기 늘며 '전세난 뇌관'
매매 감소폭만큼은 아니지만 지난달 전세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1만1541건에서 1월 7606건으로 감소했다가 2월에는 6469건으로 더 줄었다. 2월 거래량은 작년 12월과 비교했을 때 44% 줄어들어 절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매매가 줄면 전월세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마저도 코로나19의 직간접 영향으로 동반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매매로 옮겨가는 수요가 별로 없는 데다 정부의 규제 효과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에 보수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겹치며 계약을 연장하는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나면 가뜩이나 전세가 부족한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서는 전세난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리얼하우스가 국민은행 시세자료를 분석한 지난해 전세수급지수는 서울이 160.8, 경기 150.4, 인천 159.2다. 전세수급지수는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낸 지표로 균형 상태일 때는 100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분양연기 늘어나면 하반기 물량부담
한편 분양시장 여건도 만만치가 않다. 일반적으로 기존 주택 가격이 많이 오르고 전세난이 겹치는 상황에서는 분양시장이 활황을 띠기 마련이지만 분양시장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고스란히 겪고 있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도 서울은 물론이고 수원, 의왕, 인천 등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1순위 경쟁률이 치솟았지만 현재는 건설사들이 분양에 본격 나서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12·16 대책, 2·20 추가 규제와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를 연속적으로 만나면서 지난 2월 일반분양이 예정됐던 1만558가구 중 50%가 일정을 연기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상반기 분양물량이 대거 하반기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 경우 분양쏠림 현상이 나오며 시장에 물량부담이라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