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박근혜 옥중정치 시동에 4.15 총선 셈법 분주
2020.03.04 18:34
수정 : 2020.03.04 18: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4.15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옥중정치에 시동을 걸면서 향후 선거 결과는 물론 향후 정국도 모두 예측이 어려운 블랙홀로 급격히 빠져들게 됐다.
이번 총선은 가뜩이나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경쟁까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복잡한 변수가 많았다. 그리고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라는 메가톤급 이슈까지 정국을 뒤흔들면서 선거 막판까지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사이에서 유권자 민심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크게 요동치게 생겼다.
■ 미완의 보수통합 힘 받을 듯
우선 박 전 대통령의 이날 옥중 메시지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점은 현재 보수 정치권의 미완의 통합에 대한 아쉬움과 조건 없는 보수 세력 재결합을 주문한 점이다. 지난 탄핵과정에서 비박계 책임론도 더는 묻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에서 대독한 한 장짜리 자필 메시지에서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 힘을 합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이를 두고" 특정한 분들의 합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메시지를 작성한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중도보수정당을 추구하는 현재의 황교안 체제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보수의 재도약과 재집권도 주문했다. 현 정부에 대해선 "독선의 현 집권 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또 "이대로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다"고 우려도 보였다. 이런 옥중정치 파장에 정국도 요동치게 됐다. 통합 당과 거리 두기를 한 우리공화당 등 태극기 정당도 통합으로 유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들이 박 전 대통령 메시지로 정치를 해온 점 때문이다. 통합당에선 유승민계 등의 이견 속에 파열음이 재연될지도 주목된다. 보수 결집 움직임에 범여권 결집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총선이 이날부터 보수와 진보 핵심 지지층 결집 경쟁에 불길이 옮겨붙으면서다. 당장은 범여권 연합정당 창당 움직임에 정의당, 민생당 등의 참여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커질지 주목된다.여야 각 정파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비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은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한 말씀을 크게 환영한다"고 반겼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제윤경 대변인이 "박 전 대통령의 할 일은 죄를 참회하고 자숙하며 법과 국민 심판에 따른 죗값을 치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여야 박근혜효과 총선 셈법 분주
옥중정치가 이번 선거에서 여야에 미칠 영향과 유불리도 당장은 예측이 어려워 보인다. 통합당의 경우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중심으로 인적쇄신 깃발로 환골탈태를 시도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간 견해차가 컸지만, 휴전 상태에서 보수의 새 깃발을 강조해왔다. 박 전 대통령과 관계도 긍정도 부정도 않는 사실상 거리 두기였다. 하지만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도로 친박당' 프레임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당내 권력지형도도 황교안 대표 중심으로 재편이 예고되던 상황에서 예측 불가의 변수도 커지게 됐다. 민주당은 도로 친박당 이미지를 부각하며 야당 심판론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셈법은 복잡해 보인다. 과거 탄핵 촛불 동력을 되살리기에는 지난 3년의 정권 운영에 대한 평가가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에 코로나19 사태로 동요하는 민심과 경제 악화 상황 등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거리 두기를 하는 무당층 유권자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되고 있다"며 "보수가 쇄신 깃발로 총선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할지, 진보가 다시 야당 심판론의 불을 붙일지가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