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퀴리' 리사 "유럽서 동양인 편견 겪어봤죠"
2020.03.09 15:01
수정 : 2020.03.09 15:01기사원문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과학 소재 뮤지컬이 잘 될까?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지만 주인공 마리 퀴리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성공하는 모습에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마리 퀴리는 사회적 편견을 딛고 과학자로서 성공하지만, 이후 그녀가 발견한 라듐의 위해성이 밝혀지면서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하게 되죠. 이를 다시 극복하는 모습에 위로를 받아요.”
뮤지컬 ‘마리 퀴리’의 주역 리사는 코로나19 여파에도 공연을 보러 와 감동받고 가는 관객들 덕분에 힘이 난다며 웃었다. “여성성을 느끼기보다 과학자의 열정과 소명을 다하는 마리의 모습에서 ‘걸크러시’를 느끼는 관객들이 많다”며 자신 역시 많은 역경을 넘고 넘는 마리의 분투가 인상적이라고 한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노벨상을 두 번(1903년 물리학상·1911년 화학상)이나 받은 폴란드 태생의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그린 팩션 뮤지컬. 당시 여성에게 유일하게 문호를 개방한 프랑스 소르본대학에 입학한 마리 퀴리는 그곳에서 만난 남편과 함께 최초의 방사성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했다.
“전문용어가 하도 많아 울면서 연습했다”는 리사는 함께 캐스팅된 김소향·정인지와 함께 카이스트 출신인 김태형 연출에게 과학 특강도 받았다. 그는 “이해를 해야 대사를 외울 수 있다. 대사에도 진정성이 담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아버지가 외교관이라 어릴 적 유럽에서 산 리사는 마리 퀴리가 느꼈을 이방인의 심경이 십분 이해됐단다. “독일, 스웨덴, 폴란드에서도 3년 살았는데 거긴 동양인이 적어 많은 이들이 ‘오 마이 갓’이라며 원숭이처럼 절 봤죠. 네덜란드 친구가 자기 엄마가 나랑 놀지 말라 했다고 얘기한 적도 있고요.”
리사는 이때 느꼈던 이방인의 정서를 반영해 자신만의 마리 퀴리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엄격한 부모님의 교육도 마리 퀴리 캐릭터 창조에 한몫했다. “부모님이 제게 늘 예의와 절제를 강조했죠.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마리 퀴리도 그랬을 것 같아요. 남편이 죽었을 때 딱 한번 무너지지만 그때도 곧 자신을 추스르죠.”
보통 공연을 마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는데 이번 작품은 희한하게도 그렇지 않단다. 열정적으로 살았던 마리 퀴리의 모습 때문이란다. “마리 퀴리가 친구 안느와 한 약속을 못지켰다며 괴로워하자 안느가 꿈에서 ‘충분한 삶이었어’라고 위로해줍니다. 마리 퀴리는 정말 죽는 순간까지 열심히 산 것 같아요.”
가수와 배우의 차이에 대해 묻자 “가수는 무대에서 자아를 표현해야 하지만 배우는 자아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했다. “여성성을 발산하는 역할도 좋고, 잔다르크와 같은 여전사도 해보고 싶어요.” 미술을 전공해 작품 컬러를 정하는 아트디렉터 일도 해보고 싶단다. 리사는 인터뷰 내내 꾸밈없고 밝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리사의 다음 무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