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번 써도 끄떡없다' 지문크기 전지 개발

      2020.03.10 12:40   수정 : 2020.03.10 12: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사람 지문 폭만큼 작은 '초소형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해 소형 전자부품 내부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됐다. 향후 이 초소형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해 작은 전자 부품에 직접 연결하는 전원 일체형 사물인터넷(IoT)이나 입는(웨어러블)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상영 교수팀은 전자 부품들과 일체화할 수 있는 칩 형상의 마이크로슈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슈퍼커패시터는 탄소 소재의 활성탄에서 전자가 붙고 떨어지는 현상을 이용해 전기 저장하고 이를 사용하는 장치다.

연구팀은 동전보다 작은 칩(0.8㎝ x 0.8㎝) 위에 전지 36개를 만들고, 직렬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지들은 80℃의 온도에서 잘 작동해 실제 전자 부품의 작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도 견딜 수 있다. 또 10000회 충·방전을 반복해도 용량이 감소하지 않아 기존 이차전지보다도 수명이 길다. 이 전지들은 병렬이나 직렬로 자유롭게 연결 가능해 소형기기에 맞춤형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제1저자로 논문에 참여한 이권형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전기수력학 프린팅 기법으로 1㎠에 단위전지를 54.9개까지 제작할 수 있었고, 같은 면적에서 65.9V의 출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상영 교수팀은 커패시터를 만드는 물질을 잉크처럼 만들고 이를 정전기적인 힘으로 번지는 현상을 막아서 프린트하는 '전기수력학 프린팅' 기법을 이용했다. 이 기법을 쓰면 선폭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이하까지 정밀하게 프린팅이 가능하다.

이상영 교수는 "IC칩처럼 좁은 기판 위에 전지를 고밀도로 집적함으로써, 공간 제약 없이 전지 성능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한 기술"이라며 "좁은 공간에 전지를 집적하는 기술은 슈퍼커패시터뿐 아니라 다른 전기화학 시스템과 장치에 확장 적용 가능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나노융합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성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6일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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