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치킨게임' 점입가경… 사우디·UAE 하루 100만배럴 증산
2020.03.12 17:55
수정 : 2020.03.12 17:55기사원문
■유가 30달러도 어려워
사우디의 생산능력 확대와 이에 따른 유가 전쟁 심화 우려로 이날 국제유가는 4% 폭락했다.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일비 1.38달러(4.02%) 급락한 배럴당 32.98달러로 추락하며 30달러선에 바싹 다가섰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역시 전날보다 1.27달러(3.4%) 밀린 35.95달러에 거래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종주국인 사우디는 러시아와 합의를 통해 지난해 이후 하루 970만배럴 안팎으로 산유량을 제한해왔지만 6일 OPEC과 러시아간 추가 감산합의가 결렬되자 가격전쟁을 선언하고 산유량 확대를 다짐한 바 있다.
이날 유가는 장초반만 해도 상승세로 출발해 9일 25% 폭락세 일부를 추가 만회하는가 싶었으나 사우디의 생산능력 확대 소식에 발목이 잡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IHS마킷의 에너지 컨설팅 담당 부사장 빅터 셤은 코로나19로 미국 같은 주요국들의 에너지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이 예상되지만 공급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어서 유가가 30달러를 지켜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런던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중동 담당 부 펠로 아델 하마이지아는 국제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은 사우디아람코가 지난해 9월 드론·미사일 공격 이후에도 지속적인 증산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면서 "이 시험을 통과하면 사우디는 석유시장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유량 100만배럴 확대에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앞서 2018년 당시 사우디 석유장관이던 칼리드 알 팔리는 러시아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아람코 생산능력을 하루 100만배럴 확대하려면 통상 최대 300억달러가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다음달부터 일평균 생산을 100만배럴 늘리겠다며 증산 경쟁에 가세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인 UAE도 증산에 가세하면서 원유 홍수가 몰아칠 조짐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재 노력도 가열
사우디가 본격적인 시장점율 확보와 가격전쟁 채비를 서두르는 가운데 증산여력이 거의 없는 다른 OPEC 회원국들은 사우디와 러시아를 다시 중재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알제리,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중재를 위한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으로 이들 산유국은 지금 같은 저유가 상황에서는 심각한 적자재정을 면할 수 없다. 알제리는 유가가 배럴당 92달러, 이라크는 59달러, UAE는 68달러가 돼야 균형재정이 가능하다.
OPEC 순환 의장국인 알제리는 사우디와 러시아간 타협을 위한 실무협의를 추진 중이다. 모하메드 아르카브 알제리 석유장관은 9일부터 OPEC과 비 OPEC 산유국간 석유시장 균형과 안정을 재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OPEC 2위 산유국 이라크의 타미르 가드반 석유장관도 유가 하락을 멈추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다른 회원국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UAE는 중재에 나서는 다른 한편으로 석유 공급가격을 15% 할인하고, 산유량도 하루 100만배럴 늘리기로 해 중재와 가격전쟁 양쪽에 발을 담근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