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딸' 방치해 죽인 부부, 재판부 황당 발언

      2020.03.14 07:30   수정 : 2020.03.14 10:39기사원문
생후 7개월된 딸을 6일간 홀로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해 살인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A씨/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박승주 기자 = 생후 7개월 딸을 6일간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부부에게 2심 재판부가 감형을 예고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심에서 미성년자였다가 2심에서 성인이 된 엄마의 경우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은 실수 때문에 법률적 한계로 감형이 어쩔 수 없더라도, 엄마의 이런 특수한 경우를 이유만으로 아빠가 덩달아 감형받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 5일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2)와 B씨(19) 부부 2심 첫 공판에서 "검찰 측에서 항소를 했어야 하는데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25일부터 31일까지 6일간 인천 부평구 소재 자택에서 생후 7개월인 C양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의 아내 B씨에게는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 A씨와 B씨는 불복해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해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불이익 변경금지'가 적용됐다.

2심에 와서 B씨는 성인이 됐는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2심 법원은 B씨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부정기형'을 선고해서는 안된다.

또 '불이익 변경금지' 규정을 적용할 때는 부정기형 중 최단기형(징역 7년)과 정기형(2심 형량)을 비교해야 한다는 판례에 비춰보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B씨에게는 징역 7년을 초과하는 형량이 선고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1심에서 나타난 사실관계가 모두 바뀌지 않을 경우를 전제하면서 "법률상 검사의 항소가 없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A씨에 대해서도 "B씨와 양형을 맞출 수밖에 없어 1심이 선고한 징역 20년이 대폭 바뀔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며 A씨의 형이 줄어들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공범 간의 양형을 일정 맞추려는 재판부 입장은 나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도, 굳이 엄마의 형이 깎인다는 이유만으로 아빠의 형까지 덩달아 대폭 감형을 예고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 지방의 부장판사는 "엄마를 더 높게 처벌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공범인 아빠의 양형은 별개의 문제"라며 "공범 사이 형평을 맞추는 관점에서 보면 재판부 말이 이해되지만, (이번 사안은) 불이익 변경 떄문에 엄마 형을 높게 못 하는 것이지, 필수적으로 아빠의 형을 낮춰줘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도 "검찰의 실수로 부인의 양형이 깎인다고 아빠까지 형을 줄인다는 건 논리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며 "형평을 중시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판사라면 아빠의 형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아빠의 형을 왜 조정해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비슷한 죄질의 피고인들 사이에서 양형에 큰 차이가 나는 건 적절치는 않지만, 그것은 동일한 절차에서의 원칙"이라며 "이번 사안은 특수한 경우로 두 사람이 절차가 나뉜 걸로 볼 수 있어 꼭 감형을 해야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법의 원칙은 개별책임"이라며 "각자 적절한 양형요소를 검토해 형량을 도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가 두 사람의 감형을 예고한 가운데 이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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