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불황', 연습장은 '호황'..그 이유는?

      2020.03.15 13:14   수정 : 2020.03.15 16:34기사원문
코로나19 확산으로 골프산업이 그야말로 '셧다운' 위기다. 본격적 골프시즌이 찾아왔건만 그런 분위기를 전혀 체감할 수 없다. 지금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당분간은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는 지구촌 가족들의 삶의 패턴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골프 생태계'도 예외가 아니다.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였던 1945년 이후 75년만에 연기됐다. 뿐만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대회 연기 또는 취소를 잇따라 발표했다. 구성원들의 '건강'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골프를 선도하는 양대 투어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골프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 골프장들은 도처에서 아우성이다. 내장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서다. 올겨울 이상고온으로 누렸던 특수 약발이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다. 주말 만큼은 풀 부킹인 수도권 골프장은 지방 골프장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 지방 골프장 중에서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지역 골프장들은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 지역은 주말, 평일 구분없이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고 있다.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호남권과 제주권 골프장도 별반 차이는 없다.

감염 예방 차원에서 골퍼들이 다중 이용 시설을 피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골프장들이 예방 대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최대 부킹 사이트인 XGOLF가 국내 300여개 제휴 골프장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골프장들이 전 직원 마스크 착용 의무화, 골프 카트의 손잡이와 키박스 등 접촉 부위가 많은 이용 시설에 대한 철저한 살균 소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골프장에서는 골프장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고객들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하고 있다. 열화상카메라 미설치 골프장의 경우 골프장 입구에서부터 온도계로 발열 체크를 실시해 골퍼들의 안전한 플레이를 지원한다. 공용인 사우나 운영을 중단하고 샤워만 하도록 한 골프장도 더러 있다. 사우나를 운영하는 골프장들도 철저한 수질 관리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골프장과 별도로 내장객 스스로 예방에 적극 나서는 새로운 풍속도도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면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운드 전후 클럽하우스 내 프로샵이나 사우나, 식당 같은 부대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곧장 귀가하는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락커를 사용하지 않는 내장객에 한해 소정의 이용료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골프장과 달리 연습장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계절상 골프장으로 달려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주는 일종의 '보완재' 역할을 골프연습장이 하고 있어서다. 다시말해 대면 접촉이 아닌 혼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연습장으로 골퍼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골프용품 시장은 브랜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고가에 고객 충성도가 강한 브랜드일수록 매출액이 전년대비 변동이 없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증가한 반면, 저가의 대중적 브랜드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용품사의 한 관계자는 "너나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예방에 나서고 있어 골프업계도 빠른 시일 내에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골프 애호가들은 이 즈음에는 조만간 찾아올 화려한 봄날을 맞이할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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