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써도 불안, 안써도 불안"… 사각지대에 놓인 돌봄노동자

      2020.03.15 10:50   수정 : 2020.03.15 17:33기사원문
#. 치매노인을 돌보고 있는 10년 차 재가요양보호사 A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고충이 늘었다. 마스크를 지원받지 못해 면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노인은 "내가 냄새나서 마스크를 쓰냐"며 화를 내고, 노인의 가족은 외부 출입이 많은 A씨로 인해 감염되지 않을까 경계하는 것이다. A씨는 시급제로 일하며 한 달에 100만원 남짓을 벌어 생계를 꾸리고 있다.

노인의 가족이 '불안하니 오지 말아달라'하면 그마저도 끊기는 신세다.

코로나19로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사회취약계층 돌봄노동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언제 일자리가 끊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전 대책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무감 갖고 일하지만…"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은평구에서 80대 여성을 돌보던 60대 요양보호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10일에는 장애인을 보조하던 60대 활동지원사가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두 돌봄노동자가 근무하는 가정에서 확진자가 나온 직후였다.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노동자는 사회 취약계층이 생활하는 시설이나 가정에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병원 등 이동이 잦아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그만큼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대책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방문 요양보호사들은 자신이 소속된 시설에서 마스크나 손소독제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피돌봄자가 있는 가정으로 등 떠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피돌봄자가 '나오지 말라'고 요청하면 하루 아침에 밥줄이 끊기는 처지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41만명의 요양보호사 중 34만명은 방문 요양보호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긴급 장기요양 급여 지침을 시행했지만 방문요양보호사에 대한 지원은 누락됐다.

요양보호사 전모씨는 "100만원 남짓 월급을 받으면서 사비로 마스크까지 구매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이 많다"며 "우리가 일하는 곳도 엄연한 직장인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장애인과 함께 격리하라

상황이 열악한 건 장애인활동지원사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유지를 위한 세부지침'에 따르면 자가격리된 장애인을 돌볼 활동지원사는 함께 격리될 것을 권고한다. 중증 장애인이 홀로 격리되면 생리·취식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가격리 대상자와 24시간 함께하는 데에 위험이 따르지만 활동지원사는 이에 불만을 갖고 있지 않다.
문제는 안전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1년차 장애인활동지원사 강모씨는 "돌봄노동자로서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건 할 수 있는데 방진복이나 안전대책은 줘야하지 않나"라며 "정부의 지침에는 지시사항만 있고 안전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맨손으로 침을 닦아주고 용변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마스크 한 장 지원없이 무작정 돌보라는 것은 지나치게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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