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택배로 해외 나간 마스크가 대란초래?
2020.03.18 05:10
수정 : 2020.03.18 07: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1~2월에 국제특송으로 중국으로 보낸 마스크 물량이 최대 1천만장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마스크 공장 하루 생산량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기존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국제특송이 주요 마스크 해외 반출 경로로 언급된 것은 과장됐다고 볼 수 있다.
정식 통관을 거치지 않는 EMS가 마스크 반출 주요 경로로 지목돼 온 가운데, 실제 반출량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중국으로 보내진 EMS는 35만 건에 이른다. 전년동기 14만6000건보다 무려 20만4000건 늘었다.
우정사업본부는 2월까지 늘어난 EMS 물량 모두를 마스크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2월 초 나온 정부의 긴급수급 조정조치 이전엔 마스크를 별도로 신고하도록 하지 않아 마스크 반출만을 따로 잡은 통계가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EMS 무게를 보면 늘어난 물량 상당수가 마스크일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중국으로 보내진 EMS 총 무게는 869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1t에 비해 118t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서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늘어난 EMS 건수는 전년도 배송건수의 139%나 되는데, 무게는 고작 15%만 늘어난 것이다. 폭증한 물량 대부분이 몹시 가벼웠다는 뜻이다.
특히 EMS는 정식 수출과 달리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개별 상자포장을 뜯어 비닐포장만으로 담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마스크 무게는 6~7g 내외까지 가벼워진다.
늘어난 118톤을 역시 늘어난 20만4000건으로 나누면, 개별 상자 당 570g 정도 무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자무게를 제하고 비닐포장된 KF94 마스크 50개 정도가 들었다고 보면 딱 맞아떨어진다.
늘어난 EMS 절대 다수를 마스크로 추정할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따르면 EMS를 통해 중국으로 나간 마스크는 1000만장 가량이다. 국내 전체 마스크 공장의 하루치 생산량으로, 마스크 대란의 결정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당초 월별 3억장 이상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나갔다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진원지인 우한을 넘어 중국 전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된 1월말은 중국으로 보내진 EMS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다. 특히 중국행 우편물 접수가 일시 중단된 지난달 4일 이전까지는 각 시·도 우정청별 EMS 하루 접수량이 1000건을 넘어선 곳도 여럿이었다.
평상시의 10배가 넘는 수치로 각 우체국 앞은 중국으로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부치려는 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간 EMS는 한국산 마스크 주요 반출 경로로 의심받아 왔다. 중국의 가족과 지인 등에게 마스크를 보내려는 이들이 가장 쉽게 택하는 선택지로, 정식 수출이 아니기에 일일이 내용물 검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KF인증 마스크 100개 정도를 보내는데 3만원 선으로 크게 비싸지 않다.
문제는 개인 뿐 아니라 업자들까지 EMS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마스크 대란이 일기 전에는 EMS 요금이 기대수익보다 높아 수출수단으로 적절치 않았지만, 1월 말 이후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1월 말 기준 한국에서 KF94 마스크를 개당 3000원 이하로 구할 수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한화로 5000원 이상에 판매됐다. 100개 당 최소 20만원의 차익을 취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정식 통관 없이 중국에 지인만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조직적인 마스크 반출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EMS를 통한 마스크 반출을 사전에 차단 또는 신고하도록 하는 대응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