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판 뒤 온라인서 저렴하게 구매 "저는 쇼루밍족입니다"

      2020.03.17 16:51   수정 : 2020.03.17 18:48기사원문
■쇼루밍족 _ 매장에서 제품 구경만 하고 실제 구매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하는 사람

"스마트 컨슈머 생활은 계속되고 있죠. 오프라인 매장에서 여전히 발품도 팔고, 포털사이트 쇼핑 페이지에서 손품도 팔면서 살아요."

서울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민희씨(가명·43)는 주말 중 하루를 쇼핑몰 나들이로 보낸다. 주중에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며 틈틈이 눈도장 찍었던 상품들을 눈으로 확인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굳이 실물을 보고 사야 하느냐고 되묻지만 아직도 성격상 직접 보고 제품을 확인하지 않으면 성에 안찬다.

"온라인으로 느낄 수 없는 질감이 있어요. 또 옷 같은 경우에는 먼지가 잘 붙는 소재도 있으니 확인을 해봐야죠."

김씨는 '쇼루밍족'이다. 쇼루밍족은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한 후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쇼룸 역할만 한다. 대학생 때부터 김씨는 깐깐한 '오프라인' 소비자였다. 마음에 드는 립스틱 하나를 사기 위해서 그달의 패션 잡지도 들춰보고 로드숍부터 백화점까지 며칠 동안 매장을 돌아다니며 손등에 발색도 해보고 가격도 비교하며 꼼꼼히 골랐다.

그러다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했다. 같은 물건인데 오프라인 매장보다 훨씬 저렴하다니. 며칠만 기다리면 훨씬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20대 후반부터 그의 온라인 쇼핑 생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만 보고 산 제품들이 실제 기대치에 못미치는 경우가 왕왕 생기면서 그의 소비생활은 실제 제품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브랜드 오프라인 숍에서 맘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태그를 확인한 뒤 바로 스마트폰으로 품명이나 품번을 쳐봐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가격 차이를 확인한 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결제를 하죠. 여전히 온라인상으로 제공되는 각종 쿠폰을 사용하면 같은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이게 현명한 소비죠."

그는 최근에 친정 어머니 생일선물로 드린 점퍼도 온라인 쇼핑 페이지에서 먼저 찾아본 후 매장에서 추가 확인한 뒤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 택배로 보내드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는 80조원으로 내후년에는 1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는 오래이지만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에 맞춰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다채롭게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희씨의 사촌동생 노형우씨(가명·30)는 스스로를 모루밍족이라 자처한다. 모루밍족은 쇼루밍족의 한 종류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실제 구매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소비자를 지칭한다. 노씨는 "서점에서도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한 뒤 바로 스마트폰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바로 드림' 서비스로 구매한다"며 "30여분 책을 보며 기다리다 카운터에서 원하는 책을 10% 싼 가격에 바로 받아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에서 최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쇼루밍족은 2010년대 들어 현장에서 바로 가격을 확인한 뒤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하는 모루밍족으로 진화했다"며 "기업들도 유통채널별로 가격을 달리하는 전략에서 이제는 하나의 가격으로 책정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가성비에서 가심비를 중시하는 소비 형태로 바뀌면서 Z세대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확인 후 구매하고 후기를 SNS에 올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루밍족 _ 패션·미용에 아낌 없이 투자하는 남성

"나 자신을 가꾸는 것이 결국 나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죠." 서울의 한 대기업 기획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이준호씨(가명·33)에게 주말 중 하루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날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일 한 시간 이상 꾸준히 운동하며 자기관리에 힘쓰는 이씨는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실력을 뒷받침한다는 점과 여기에 미용과 패션은 잘 다져진 실력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AM 9:00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잠을 길게 자는 날이다. 아침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온 햇살에 눈을 뜬 이씨는 10여분 정도 침대에 누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일으킨다.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유산균을 챙겨먹고 현관문을 연다. 새벽에 배송된 건강식 밀키트를 활용해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씻는다. 이탈리아 출장을 갔다가 사온 치약으로 양치를 하고 얼마 전 여자친구에게 선물받은 베르가못 샤워젤로 몸을 구석구석 닦은 후 슬슬 나갈 준비를 한다. 주말엔 피부도 쉬게 해주는 날이다. 토너를 적신 화장솜으로 얼굴을 살살 닦고 에센스와 수분크림을 충분히 바른다. 밖에 나가기 전엔 꼭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AM 10:00 이씨가 아침부터 향한 곳은 전문 브랜드 바버숍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이곳에서는 헤어 스타일링과 동시에 면도도 깔끔하게 할 수 있다. 숍에 들어가 헤어디자이너와 차를 마시며 헤어 스타일링에 대해 상담을 한다. 심하진 않지만 탈모가 걱정되는 이씨는 먼저 두피 마사지를 받는다. 두피를 스케일링하고 이후 본격적으로 스타일링에 들어간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 신발은 슈케어 서비스에 맡긴다. 헤어 커트는 나름 마음에 든다. 이제 면도를 할 차례. 셰이빙 마스터가 이씨에게 찾아와 원하는 스타일이 있는지 묻는다. 이씨가 다니는 바버숍에서는 거품을 사용하지 않고 밤을 사용해 셰이빙을 해준다. 매끈해진 얼굴을 만져보며 만족스럽게 가게 문을 나선다.

PM 12:30 머리를 다듬고 면도를 한 뒤 나오니 벌써 점심 때다. 인근 공원 옆에 새로 생긴 브런치 카페에서 여자친구를 만난다.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카페에서 에그베네딕트와 케일주스를 주문한다. 가벼운 점심 후 여자친구와 산책을 하며 자주 들르는 셀렉트숍에 오늘도 들어가본다. 오늘 맘에 쏙 든 건 실크 타이다. 일상에서나 직장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PM 4:00 여자친구와 함께 모 호텔에 딸린 스파숍으로 향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체인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스파다. 따뜻한 물에 우유를 풀어 발을 씻고 허브 소금으로 스크럽을 한 뒤에 본격적으로 마사지가 시작된다. 테라피스트가 천연 허브와 천연 재료를 베이스로 한 아로마 오일로 한주 내내 뭉쳤던 근육을 풀어준다. 오늘은 6주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왁싱 데이'다. 마사지를 받은 후 매끈해진 몸이지만 이미 한참 올라온 체모를 보면 견딜 수가 없다. 설탕을 녹여서 끈적끈적해진 왁싱젤을 몸에 발랐다 떼어내는 슈가링 왁싱을 하기로 한다.

PM 7:30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케어하고 나니 개운하다. 여자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다. 멀리 갈 것 없이 호텔 식당에서 제철 생선 요리를 와인과 함께 먹기로 한다.

PM 10:00 집으로 돌아와 하루종일 케어 받느라 살짝 지친 몸을 뉘일 시간이다.
최근에 신상으로 나온 남성용 수면팩을 개시한다. 얼굴에 살살 바르고 거실로 와서 넷플릭스 한편 보고 잘 시간이다.
아침에 집 밖을 나설 때보다 한결 말끔해진 모습이 만족스러워진 이씨는 "다가오는 한 주도 새로운 기운으로 열심히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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