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 자임한 트럼프의 위기… 11월 재선 안심 못한다
2020.03.19 16:50
수정 : 2020.03.19 21:17기사원문
2017년 취임 이후 줄곧 '경제대통령'을 자부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급속냉각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낙관하다가 부랴부랴 긴급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실물경제 피해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338.46포인트(6.3%) 떨어진 1만9898.92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수는 대통령 취임 닷새 뒤인 1월 25일에 처음으로 2만을 넘겼으며 지난달 12일에 2만95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3만 고지'를 눈앞에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다우가 3년 만에 1만1000포인트가 올랐다는 폭스뉴스의 기사를 올려놓은 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의 자신감은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현재 2월 고점 대비 각각 28%, 25% 이상 폭락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의하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한국시간으로 19일 오전 기준 각각 9345명, 150명으로 프랑스(7위)와 한국(8위)을 제치고 세계에서 6번째 규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기업체에 안보 차원에서 지정 물자를 생산하도록 명령하는 전시용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하겠다며 "나는 어떤 의미에서 전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캐나다와 접한 국경을 임시 폐쇄하고 동해안과 서해안 도시에 각각 1척씩 해군 병원선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언급한 실업률 20% 가능성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하며 우리는 그 근처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실물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악화일로에 빠졌다. 미국 내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카메이커들이 일제히 생산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실업률 급증 우려를 낳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 코네티컷주의 실업급여 신청이 지난 13일 이후 4일 동안 주간 평균치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오하이오주와 일리노이주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5월 8일 나오는 실업률 집계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날 JP모간을 인용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오는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연간 환산 4%, 14%씩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는 11월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 내부와 여당에서 대통령을 상대로 코로나19에 대한 강경대응을 쏟아냈다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 15일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정부가 16일 국민들에게 4~5월에 각각 1000달러(약 128만원)씩 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점을 두고 대통령이 재선을 앞두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