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n번방 사건, 잔인한 행위...운영자·회원 전원 조사"
2020.03.23 16:06
수정 : 2020.03.23 16: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청소년 성 착취물이 불법 제작·유포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 "n번방 운영자와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하라"고 강력 지시했다. n번방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등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조사를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경찰은 n번방 운영자 등에 대한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며 "정부가 불법 영상물 삭제 뿐 아니라 법률 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에 대해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피의자 신상공개 등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급증하는 것을 언급하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는 230만명 이상이 참여해 단일 국민청원으로서는 역대 최다 동의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강력한 대응 지시 배경에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 기본적 인권과 관련된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아동, 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주문했다. 필요하다면 경찰청 내에 강력한 특별조사팀 구축도 검토하라고 했다. 이에 '회원 전원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경찰이 조사한 뒤에 처벌 대상이 되면 처벌을 하고, 처벌 대상이 안 되면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대답만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에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 마련도 지시했다. '법적 미비' 지적이 나오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처벌 조항 자체가 너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소가 되더라도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며 "앞으로 정부가 근절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처벌 강화를 시사했다. 현재, 아동청소년 성보호법(11조)에는 성착취물을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