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균형재정 버리고 슈퍼부양책 꺼냈다

      2020.03.23 17:31   수정 : 2020.03.23 17:31기사원문
독일이 대대적인 재정정책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올해 1225억유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기로 하고 1560억유로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올해 세수는 335억유로가 급감할 것으로 독일은 예상하고 있다.

또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기금을 마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타격을 받은 기업들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구제하기로 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재정정책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책이 결정되면 이는 10년에 걸친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구호인 균형재정, 이른바 '블랙제로(Schwarze Null)' 정책이 폐기되는 것을 뜻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독일인들은 2차 대전 이후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적자 재정에 심한 반감을 가져왔고 이때문에 독일은 재정확대를 늘 경계해왔다.

대중지 빌트 차이퉁은 숄츠 장관을 이미 '부채의 왕'이라고 칭하고, 그가 '역사적인 규모로 채무를 산처럼'를 쌓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숄츠는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차이퉁(FAS)과 인터뷰에서 "지금 독일은 막대한 금융 소화기가 필요하다"면서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60% 미만으로 떨어뜨리는데 성공해 이같은 재정동원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주요 이코노미스트들도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을 지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 수단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독일 정부에 경제자문을 하는 경제전문가위원회의 라스 펠트 회장은 디벨트와 인터뷰에서 독일은 급격한 국채 발행을 소화해낼 능력이 충분하다면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지금의 60%에서 80 또는 90%로 높아진다고 해도 독일 재정건전성은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교류가 많은 독일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충격을 입고 있다. 경제 핵심인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독일 대기업들의 생산 중단이 잇따르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수천개 기업이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려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주 독일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독일이 추진 중인 대규모 재정정책을 뒷받침하는 1560억유로 국채 발행은 정부의 국채발행 한도를 약 1000억유로 넘어서는 막대한 규모로 독일 연방의회 동의를 필요로 한다.

추가 재정 가운데 35억유로는 방호복·마스크 생산, 백신 신속 개발, 외국에 아직 남아 있는 자국민 철수 등 코로나19 확산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재정지출에 활용된다.

또 독일은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기금을 마련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게 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동원했던 방식으로 기업 주식을 인수하는 대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당시 설립된 구제금융 기금 소핀은 금융위기 인수한 코메르츠방크 지분 15.6%를 지금도 관리하고 있다. 경제안정기금(WSF)로 알려진 이 구제금융 기금은 1000억유로를 기업 재자본화에 투입하게 된다.


숄츠는 FAS와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기간 독일 경제를 안정시켰던 "국부펀드를 동원할 것"이라며 당시는 금융사들에 지원이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실물 경제에 더 치중하게 된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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