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가계·기업 연체율↑…코로나發 뇌관 터질라
2020.03.23 17:52
수정 : 2020.03.23 17:54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은행권 연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주지역의 가계대출 규모가 전국 최고 수준인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은행 대출 부실(연체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본부장 김종욱)가 23일 내놓은 경제브리프 '제주지역 금융기관 여·수신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총 16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2%(8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16년 이후 도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 대출 규제로 둔화되면서 전국평균 수준(4.9%)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역총생산(GRDP, 2018년 기준)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82.4%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2018년 -0.4%)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가구당 가계대출 규모(6406만원)도 전국 평균(5288만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도 13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1%(1조4000억원)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대출이 각각 2426억원과 2137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0.29%로, 전년 말 대비 각각 0.06% 포인트 동반 상승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국 평균(0.26%)을 웃돌고 있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지역경제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한 2월 이후의 연체율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 금융권이 연체율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지역 경제규모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타 지역보다 매우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관광산업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연체율도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커 금융권이 리스크 심사와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