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대느라 말라가는 고용보험기금
2020.03.23 18:11
수정 : 2020.03.24 10:32기사원문
코로나19 확산으로 구직급여(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늘면서 재원이 되는 고용보험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해 고용보험수지가 약 2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고용보험기금 잔액은 2018년 9조원에서 2019년 7조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구직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올해도 고용보험기금 수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업급여 역대 최대치 경신 중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자영업자 계정을 제외한 고용보험기금 누적액(실업급여 계정+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은 2019년 말 기준 7조3100억원으로 2018년 9조4087억원보다 2조987억원 줄었다.
지난해 고용보험으로 거둬들인 세수보다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나간 지출이 2조1000억원 많았다는 의미다.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는 2017년 6714억원으로 흑자였지만 2018년 8124억원 적자로 전환했고 지난해 적자폭은 2.6배로 커졌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급여 신청자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가 실업급여에 지출한 금액은 올 2월 7819억원으로 2년 전보다 3174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정부는 올해 실업급여 예산으로 9조5158억원을 책정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기금고갈 우려 없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부는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약 7조3100억원의 기금 누적액이 남아 있고, 매년 고용보험 예산을 짜는 만큼 기금이 일시에 소진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금고갈 우려가 없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 고용보험 지출이 늘면 고용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올렸지만 동시에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늘리면서 지출액은 더 커졌다. 특히 최근 들어 고용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대신 무급휴직이나 직원의 해고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 고용보험 재원도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항공 자회사의 하청업체인 이케이맨파워는 '경영상 이유'로 비정규직 직원 50여명에게 해고통보를 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될 경우 기금 계정 외에 정부 일반회계를 통해 자금을 빌려올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은 없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하루속히 국회에서 통과돼야 안정적 사회안전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