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짧은데 발행은 무한정… CP 리스크, 기업 유동성 덮치나

      2020.03.23 18:16   수정 : 2020.03.26 00:51기사원문
경기 침체 위기감은 금융산업의 취약점부터 파고들었다. 코로나19사태가 팬데믹(세계 대유행)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비우량한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금융사의 신용공여를 통해 발행한 단기유동화증권 등의 차환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 CP·유동화증권, 만기 짧아 차환 부담↑

23일 채권평가사 및 코스콤에 따르면 향후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유동화증권(ABCP, ABSTB)과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규모는 약 281조원 수준이다. 이들 단기물은 3~6개월 단위로 차환일이 돌아와 금융투자업계를 가장 긴장시키고 있다.
유동화증권의 기초자산은 정기예금, 부동산 관련 PF대출 대출채권, 펀드수익증권 등 다양하다.

금융, 건설부동산, 기업들의 대출채권 등 산업 전반의 자산을 유동화한 것으로 유동화증권의 차환이 막힐 경우 산업 전 분야의 유동성 문제로 불거지는 셈이다.

시장에선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단기물 및 유동화증권 시장을 주로 찾은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CP와 ABCP 등은 발행조건에 따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특히 유동화증권은 대부분 증권사나 은행 등이 지급보증 및 신용공여 형태로 신용도를 지원했다. 이들 증권이 부실해지면 금융시스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만기가 1년 이상으로 설계된 ABS의 차환 여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ABS 발행잔액은 26조9914억원에 달한다. 최근 발행한 상당수의 ABS에는 신용등급 관련 강제상환옵션이 붙어 신용도가 떨어지면 조기 상환해야 한다는 특약이 걸렸다. 실제 작년 3월에는 신용등급 관련 트리거가 부여된 아시아나항공 유동화증권 때문에 디폴트(부도)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사실상 발행한도가 무한정인 CP에 대한 리스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기관이 기업이 발행한 CP를 받아주면 기업의 CP 발행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과거 부도를 맞았던 동양그룹, STX그룹, 웅진그룹 등은 한도를 제한하지 않는 CP의 무분별한 발행으로 투자자 피해 규모를 키웠다.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MMF는 고객의 돈을 모아 CP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다.

■ 연내 만기 3분의 1이 비우량채

회사채 발행 시장에도 찬바람이 분다. 경기침체 우려로 비우량채에 대한 투심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공모 회사채의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연내 만기도래하는 무보증사채 규모는 총 57조3389억원으로 이중 BBB+이하의 비우량채 및 무등급 회사채 규모는 19조4451억원에 달한다.

당장 올해 6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20조원을 넘어간다. 이 중 비우량채(무등급 포함)는 6조원 수준이다. 문제는 비우량채권 중 풋(PUT)옵션, 신용등급 관련 강제상환옵션을 내건 기업들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풋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장래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기업 재무지표나 신용도가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투자자들은 풋옵션 신청을 통해 조기에 채권의 원금회수에 나선다.
투자자들이 중도 상환을 요청할 경우 기업들의 현금흐름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풋옵션부채권 잔액은 총 18조1366억원에 달한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4조7963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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