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부위통증이 꾀병? 오해 꼭 풀겠습니다"

      2020.03.23 18:31   수정 : 2020.03.23 18:31기사원문
옷깃이 스치는 등 사소한 자극에도 상상하기 힘든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소병을 가진 환자들이다.

사회의 시선은 냉랭했다.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꾀병'이라고 부르기 일쑤였다. 환자들은 정신질환이라는 곡해 속에 장애인 판정도 받지 못했다.


"CRPS에 대한 오해부터 푸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장(사진)은 최근 법원 판단으로 장애등급판정의 길이 열리게 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CRPS는 외상 등이 원인이 되어 미세한 자극에도 특정 부위에 극심한 고통을 야기하는 신경병성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희소질환이다. 그간 CRPS 환자의 '통증'으로 인한 기능장애는 장애등급판정에서 제외됐었다. 통증은 장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CRPS를 지체기능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려 상황이 바뀌게 됐다.

이 회장은 병에 대한 오해가 그간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RPS의 고질적인 오해는 정신질환이라는 점과 통증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통증학회는 CRPS의 진단, 치료, 신체 감정에 대한 가이드북을 만들고 진단을 표준화하고 있다. 일반인과 다를 게 없는 외관 탓에 통증이 측정 가능해야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편견 속에 겪는 환우들의 고통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환자 10명 중 8명은 통증으로 직업이 없는 상태다. 10명 중 8명이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CRPS 환우들은 건강보험 산정 특례 혜택을 받지만 비급여 재활치료로 1년에 수천만원을 쓴다"며 "환우 회원 중에 이혼하거나 자살한 사람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2002년부터 환우회를 이끌었다. 그에게 증상이 나타난 것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였다. 사고 후유증인 신경계 이상으로 운영하던 사업체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정체도 모르는 병으로 고통스러웠는데 환우회조차 없었다"며 "미국에서 진료를 받던 중 환자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든 것을 보고 설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6년부터 미국 CRPS 환우회와 함께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국회의원실과 전국 대학병원에 다니며 CRPS 환우들의 고통을 알렸다. 이 회장은 이런 공로로 지난 2018년 지역사회에 영감을 주는 환우들에게 주어지는 바켄 인비테이션 어워드를 국내 최초로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번 계기로 CRPS 환우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해외에서 폭넓게 연구하고 있는 의료용 대마인 CBD오일 등에 대한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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