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에겐 '신'… 불멸의 기록 남긴 '최동원·이나오'

      2020.03.25 18:40   수정 : 2020.03.25 18:40기사원문
명선수 가운데는 두 종류가 있다. 기록을 남긴 선수와 기억에 남는 선수다. 전자는 말 그대로 불멸의 기록을 남긴 선수다.

흔히 말하는 신기록 보유자들. 후자는 짧지만 폭발적으로 빛난 초신성을 의미한다. 간혹 이 둘을 다 가진 선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야구를 앗아간 2020년 봄. 상심한 야구팬들을 위해 기록을 남긴 선수와 기억에 남는 선수들을 소개한다.


최동원(당시 롯데)과 이나오 가즈히사(당시 니시데쓰)는 닮은 구석이 많다. 최동원은 1958년 개띠다.
이나오 가즈히사가 일본 프로야구사상 최초(실제로는 세계 최초)로 7전4선승제의 일본시리즈서 혼자 4승을 거둔 해다. 그로부터 26년 후 최동원은 한국시리즈서 혼자 4승을 올렸다.

월드시리즈에선 아직 한해 4승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3승을 올린 투수는 2001년 랜디 존슨(애리조나)을 비롯해 13명이나 된다. 1959년 스기우라 다다시(낭카이)는 1~4차전에 내리 등판해 혼자 4승을 따냈다.

스기우라와 이나오의 기록은 똑같이 4승이다. 초반 4연승이 더 뛰어나 보이지만 '기억에 남는' 쪽은 이나오다. 그는 팀이 3연패한 상태서 내리 네 판의 승리를 따냈다. 그 네 차례 승리 가운데 완투승이 세 차례나 포함되어 있다.

최동원과 이나오의 공통점. 혼자 4승을 기록한 것 외에도 4차례 완투(패전 포함), 한 번의 완봉승, 1 구원승이 똑같다. 뿐만 아니라 실점(9)과 자책점(8) 수도 같다. 이나오는 1958년 정규시즌과 일본시리즈 MVP를 함께 거머쥐었다. 최동원은 정규시즌 MVP만 수상. 어이없게도 겹치기라는 이유로 한국시리즈 MVP에서 배제됐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 운명의 비(雨)다.

1984년 한국시리즈서 롯데와 삼성이 맞붙었다. 롯데는 최동원의 단기필마. 삼성은 김시진, 김일융이라는 쌍두마차였다. 누가 봐도 삼성의 우세였다. 삼성의 에이스는 재일동포 김일융. 김영덕 삼성 감독은 비켜가는 전략을 세웠다.

김일융과 최동원의 맞대결을 피한 것. 김시진이 한 번만 최동원을 잡아 주면 우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4차전까지 2승2패. 김영덕 감독의 전략대로 흘러갔다. 김일융(구원)과 최동원(선발)의 맞대결이 이루어진 5차전서 삼성이 이겼다.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롯데 강병철 감독은 6차전서 3-1로 앞선 5회 최동원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루 전 완투한 투수였다. 최동원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여전히 승부의 추는 삼성 쪽으로 기울어져 보였다. 운명의 7차전. 아무리 무쇠팔 최동원이라지만 3차전 완투, 5차전 완투, 6차전 구원에 나선 상태서 다시 마운드에 오르긴 힘들었다. 그런데 비가 내렸다. 롯데에게, 최동원에겐 꿀보다 더 단 비였다. 하루를 쉰 최동원은 7차전서 완투승을 기록했다.

이번엔 이나오. 니시데쓰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맞아 내리 3연패했다. 이나오는 3차전서 완투를 했으나 0-1로 패했다. 9이닝 3안타 1실점. 다음날 등판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비가 내렸다. 최동원처럼 하루를 번 이나오는 4차전서 완투승을 따냈다. 이후 분위기는 묘하게 바뀌어갔다.

이나오는 5차전서 3번째 투수로 나와 구원승. 이 경기서 연장 10회 말 끝내기 홈런을 터트린 타자는 다름 아닌 이나오 자신이었다. 6차전서 이나오는 2-0 완봉승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7차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9이닝 1실점 완투승. 다음날 일본 신문의 제목은 '하나님, 부처님, 이나오님'이었다.
최동원과 이나오는 아무리해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선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