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대비, 기업들 현금 확보 잰걸음
2020.03.26 15:09
수정 : 2020.03.26 15:09기사원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갑작스런 경제 성장 둔화에 직면한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규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로 미국의 대기업들까지 지출을 줄이고 대차대조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같은 위기에서는 현금이 다시 왕임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경우 현금 외에 증권과 미수금까지 합쳐 약 2470억달러(약 303조원)를 보유하고 있어 주요 제품인 아이폰이나 맥을 492일동안 단 한대를 팔지 않고도 제품을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의 분석에서 S&P500에 상장된 IT 기업들의 경우 제로 매출에 비용 절감 없이도 최악의 상황에서 270일을 버틸 수 있으며 팔지 못한 재고를 자산으로도 보유하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60일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대비책은 갑작스런 재정 위기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저널의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코로나19로 올 2·4분기에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10% 떨어지고 앞으로 5년간 미 경제에 1조5000억달러의 생산 차질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재정이 건전한지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은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고 자사주 매입 계획을 취소하고 있으며 보잉은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이 올해 나머지 연봉을 반납했다.
미국 경제가 10년 이상 성장을 보이는 동안 많은 기업들이 현금이라는 충격 흡수제를 갖추지 못한채 값싼 부채와 신용완화로 인해 10조달러라는 부채를 쌓은 상태에서 이번 코로나19를 맞고 있다. 의료 장비 업체 카디널 헬스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부채가 400억달러로 부채비율이 40배인 반면 S&P500에 상장된 헬스케어 기업들의 중간 부채비율은 1.2배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휴지제조업체 킴벌리-클라크는 부채비율이 77배인 반면 경쟁사인 프록터앤갬블(P&G)는 1.4배에 불과했다.
컬럼비아대 회계학 교수 시바람 라즈고팔은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들의 자산이 갈수록 무형자산이거나 합병이나 지적재산권 인수 같이 현금화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사태 발생시 쓸모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저널은 또 신용등급이 투자 등급인 기업들도 현금을 비롯한 보유 자산이 단기간을 버틸 정도에 불과해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업체 홈디포는 17일, 유동성 35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페인트 업체 셔윈윌리엄스의 경우 54일이라고 전했다.
현금을 넉넉히 확보하지 못한채 코로나19를 맞은 기업들 중에는 배당금 지급을 한 경우가 많은등 취약한 대차대조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체방크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는 “이들 기업들이 낮은 현금 보유율로 인해 현재와 같은 경제적 충격에 더 취약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