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 글로벌 실업패닉 몰려온다
2020.03.27 12:45
수정 : 2020.03.27 12:45기사원문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자가 예상대로 1주일 사이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실업대란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줬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제조업계 타격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전망도 좋지 않아 대량 실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공황, 금융위기때 보다도 더 심각
2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21일 기준 주간 실업 수당 신청자가 328만명으로 28만2000명을 보였던 1주일전에 비해 5배나 급증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타격이 나타나고 있음이 입증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타격이 큰 식당과 호텔, 항공사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대출을 갚아야 하는 고용주들의 감원이 불가피하면서 실업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0년 이상 지속된 고용 증가세가 위협을 받으면서 3.5%인 미국의 실업률도 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였던 1981~82년 미국 경제 침체 당시의 10.8%를 크게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서비스기업 노던트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칼 테넌바움은 가장 타격을 입은 외식과 유통, 서비스업계에서 감원이 실시될 경우 실업률이 13%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고문을 지냈으며 의회예산국(CBO) 국장을 지낸 키스 홀은 이번 같은 급격한 실업자 증가는 대공황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었다며 실업률이 수개월내 2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에 일부 기업들이 감원을 실시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필수적인 업종을 제외하고는 휴업을 지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의 경기후퇴가 단기적인지 아니면 장기 침체의 출발인지를 놓고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회복 속도에 따라 항공과 호텔, 식당을 비롯한 업종에서 재고용이나 무급휴가자의 복직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확산과 발생자 속도가 빨라져 6피트(1.8m) 이상 거리두기와 10명 이상 모임 금지, 불필요한 여행 자제가 계속 이어지면 경기 후퇴가 장기화될 수 있다.
아직 미국 대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필요한 숙련된 인력의 구직이 쉽지 않아 감원을 꺼려왔으나 항공기 제조업 등 직접 노출된 업종에서는 고민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항공기 엔진 사업부는 미국내 인력의 10%인 250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실업 우려에도 유통과 보건 부문에서는 앞으로 수주간에 걸쳐 대규모 고용을 계획하고 있다. 월마트와 아마존닷컴, CVS헬스, 블루에이프런이 대표적인 예로 식료품과 즉석 요리 제품 같은 생활용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주내 50만명을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에이프런은 식당이나 음식 서비스의 실업자들을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감원을 하지 않는 기업들은 대신 임금 삭감을 단행해 제너럴모터스(GM)은 전체 임직원 6만9000명의 임금을 당분간 20% 삭감을 발표했으며 포드는 앞으로 5개월동안 임원 300명의 임금을 20~50% 줄이기로 했다.
■유럽, 아시아 제조업도 타격
제조 차질로 인해 대량 실업은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다소 주춤해진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는 서방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거의 모든 산업이 중단됐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페라리 같은 자동차 업체와 주요 안경 브랜드를 제조하는 룩소티카는 생산 중단 내지 감산 중이다.
이탈리아 경제로비단체 콘핀두스트리아는 국내 기업의 70%가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매달 생기는 국가 경제 손실이 700억에서 1000억유로(약 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 국가중 가장 산업화가 발달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7일부터 3일간 통행 제한에 들어감에 따라 실업률이 29%에 이미 침체에 빠진 경제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제조업 부문에서 대규모 실업자 발생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서방국가의 소비 감소로 H&M과 막스앤스펜서 같은 글로벌 의류 유통업체들이 주문량을 줄이고 있어 중국과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아시아 근로자 수백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는 의류제품 수출 의존도가 높은 방글라데시로 종사자 중 410만명이 실직할 경우 사회적 혼란까지 우려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코로나19에 중국에서 제공받는 원단을 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다가 이번에는 서방국가들의 이동 제한 등 폐쇄조차라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도이체벨레(DW)는 방글라데시 섬유제조수출협회를 인용해 코로나19로 주문이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지금까지 15억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업계의 하루 손실 금액도 1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상공회의소는 6월까지는 주문이 없을 것이라며 공장들이 도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 미얀마의 섬유업계도 조업 단축 등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만명이 실직됐으며 2월까지만해도 중국내 이동 금지 조치에도 주문을 받았던 말레이시아도 공장 가동 중단을 해야할 처지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