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이슈 주도한 청소년들, 정치 참여 자격 충분해"
2020.03.28 09:00
수정 : 2020.03.28 09:00기사원문
올해 첫 선거권을 갖게 된 변정윤씨(18· 사진)는 ‘만 18세 이하 선거연령 하향’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이 같이 반문했다.
■“n번방 이슈도 학생들이 주도..정치적 판단력 있어”
“이번 ‘n번방’ 사건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그 참상을 주변에 알리며 처벌 강화나 법안 개정 등을 요구했어요. 청소년 또한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나름대로 정치적 신념을 확립해 자신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봐요.”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은 그 동안 정치적 소외계층으로 취급받았다. 정치 참여에 대한 권리의식이 다른 세대에 밀리지 않았지만, ‘당장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정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선거권은 사회에서 제가 원하는 바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해요. 그 동안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아 이들이 요구하는 복지와 정책 관련 공약이 제시되지 않거나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모습을 숱하게 봤습니다.”
변씨는 만 18세 선거권으로 정치인들도 청소년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것이고, 변화가 눈으로 보이면 더 많은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리라 확신했다.
“청소년 기자단 활동, 모의의회·재판 등 여러 대외활동을 하면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들이 사회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많은 친구들이 사회문제를 무관심하게 대하는 모습을 봤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이들이 정치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게 되면 대한민국을 좀 더 성숙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21대 국회,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하길”
변씨에게 제21대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망설임 없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처벌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약한 단속과 전담 수사팀의 부족 그리고 솜방망이 처벌이 n번방 사건과 같은 잔인한 디지털 성범죄를 양성했다고 봐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법안을 마련하고, 사건이 터졌을 때만 특별수사TF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전담 부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몰래카메라 등 성범죄 단속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주셨으면 해요.”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변씨는 여전히 어느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투표권을 행사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했다. 준(準) 연동형비례대표제 시행 등의 이유로 전례 없이 군소정당들이 난립하면서 변씨와 같은 ‘신입 유권자’들에겐 선택권을 행사하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정당별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출마할 후보에 대해 알아봤으나 정당의 수가 생각보다 너무 많아 뒤로 갈수록 집중해서 읽지 못했어요.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에 대해서도 선거 공약 공개는 4월 5일 이후에나 이뤄진다고 해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약집을 찬찬히 읽어보고, 남은 기간 동안 심사숙고 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변씨는 강조했다.
“저는 저의 한 표로 세상을 바꿀 순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저의 한 표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