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제정 4년 지났는데… 사문화 기로에

      2020.03.30 16:52   수정 : 2020.04.01 04:02기사원문
북한인권법은 첫 법안 발의 후 11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서 2016년 3월 어렵게 제정됐으나 제정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사문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북한인권법은 당시 여야 대립으로 제정까지 오랜 시간 진통을 겪었다.

이미 시행된 법에 관해 과거의 케케묵은 논쟁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사문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했던 이유가 작금의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았는지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북한인권법 제정 찬성 측은 북한 내 인권침해 현실을 인정하면서 법 제정을 통해 북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간접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북한인권침해 현실을 기록하고 보존함으로써 통일 후 북한의 반인권범죄에 대한 처벌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북한인권법 제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칫 북한 내 내정간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논란 끝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주요 내용은 북한인권실태를 기록하고 보존하고자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터 및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기구를 두고, 북한인권법 시행을 위한 핵심기구로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한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북한인권 문제를 대변할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두고, 통일부에 자문기구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두는 등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재 법 제정 후 4년이 됐지만 북한인권재단은 국회의 추천이 필요한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해 출범조차 못하고 있어 북한인권실태 조사를 비롯, 관련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자리도 2017년 9월 이래 공석이며,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도 2019년 이후 공백 상태다. 급기야 정부는 북한인권재단 예산을 매년 삭감하더니 2018년에는 전년도 108억원에서 100억원을 삭감한 8억원을 편성했다.

이 정도면 북한인권법 이행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유엔총회가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이로써 연속해서 15년째다. 이번 결의안 채택에 유럽연합 회원국과 미국·일본·캐나다·호주 등 60여개 회원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으나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참여하지 않았다.

북한인권법을 어렵게 제정해 놓고도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문화의 기로에 있다.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현 정부의 결정을 보면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 혹시 정부는 북한 내 내정간섭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현 정부가 올인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무관심을 넘어 의도적으로 무의지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책무를 명확히 정하고 있다.
북한인권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보류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고봉주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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