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장씨도, 식당주인 박씨도 "밀린 월세부터 내야지"

      2020.04.01 05:01   수정 : 2020.04.01 09:35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 당 100만원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2020.3.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31일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이 한산하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가구에 가구원수 별로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2020.3.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정지형 기자 = "한 달에 가게 유지하는 데만 300만원 정도 들어요. 긴급재난지원금 받으면 월세로 써야 하지 않겠어요?"

정부가 지자체와 협력해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4인가구 기준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지원금을 받으면 임대료나 인건비로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정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 31일,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에 위치한 시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가게나 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정부의 지원금 정책에 환영의 뜻을 드러내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지원금을 사용하길 바라고 있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시장에서 만둣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석씨(39)는 "만약 지원을 받게 된다면 월세나 재료비로 쓰게 될 것 같다"며 "지원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언제 어떤 식으로 준다는 말은 없어서 막연히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다소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너무 답답한 상황에서 (지원금 얘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받는지, 대상이 누군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소득하위 70%가 어떻게 산정되는지도 몰라 답답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전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국민들께 힘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이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발표했다.

아울러 긴급재난지원금뿐 아니라 저소득계층과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위해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 납부유예 또는 감면도 결정했다.

다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소득 하위 70%를 가늠하는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단순 근로소득으로 할지, 집이나 자동차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할지 등 구체적인 지원금 대상자 선정 기준은 기획재정부와 복지부가 논의 중이다.

양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씨(69·여)는 "지금 매출이 평소보다 3분의 2정도는 줄었다"며 "월세만 115만원인데 그나마 건물주가 15만원을 깎아줬다. 그래도 인건비나 다른 비용까지 하면 가게를 유지하는 데만 300만원이나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을 받게 된다면 월세나 인건비 등으로 쓰고 싶다"면서도 "지원금보다도 정부에서 물가도 잡아줬으면 좋겠다. 터무니없이 물가가 너무 올라가서 감당이 안 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시장 안에서 10년째 반찬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씨(56)는 "어제(30일) 지원금 나온다는 뉴스를 보고 그나마 잘됐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한 달이 걸린다는 말도 있고 아직 어떻게 받는지 이런 것도 안정해진 것 같더라"고 아쉬워했다.

김씨는 "지금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고 있는데 최대한 빨리 결정해서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지원금으로 지역상권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천구 한 시장에서 수산업을 하고 있는 최문하씨(46)는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해서 지역상권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며 "이를테면 상품권 같은 형태로 지급해서 주변에서 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금보다 전기세 감면 등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소상공인들도 있었다. 최씨는 "한 달에 전기세만 80만~90만원이 나온다"며 "누진세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비싼데, 10%만 감면해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서구에 위치한 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49)도 "지금으로서는 돈을 받는 것보다 전기세 같은 걸 깎아주는 게 더 이익인 것 같다"며 "지원금도 나온다면 가게운영에 보태겠지만, 이런 식당 같은 곳에선 현실적으로 전기세만 감면해줘도 훨씬 숨통이 트인다"고 털어놨다.

소상공인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가게 운영을 위해 지원금을 사용한다고 밝힌 반면, 일용직 노동자들은 생활비로 사용하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고 있는 장모씨(44)는 "보통 인력사무소에서 매일 일을 구하는데 요즘 일거리가 너무 없다"며 "이런 상황이 한동안은 더 지속될 것 같아 지원금을 받으면 비축해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인력사무소 앞에서 만난 김모씨(39)는 어떻게 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 되묻기도 했다.
그는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는데 알아봐야겠다"며 "(받게 된다면) 밀린 집 월세부터 내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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