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쪽 책자 직접 일일이 뒤져야..'…실효성 낮은 공직자 재산공개
2020.04.01 15:20
수정 : 2020.04.01 16:26기사원문
정부가 방대한 분량의 고위공직자 재산정보를 '관보' 형식을 통해 공개하는 탓에 국민들의 정보접근성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반 책자형태를 고스란히 PDF파일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만 정보공개지 사실상 알아서 정보를 찾을수 밖에 없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 정보공개 요식행위로 전락
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3월26일 고위공직자 1865명에 대한 재산이 공개됐다. 재산공개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1993년부터 시행됐다. 고위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축적을 막기 위한 조처다.
문제는 이들 정보가 관보 형식으로 제공되는 터라 국민들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관보는 각종 법령·고시·공고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정부의 공보지로 관공서 근무일마다 '종이관보'와 PDF형태의 '전자관보'를 발행한다.
올해 재산공개 때만 해도 37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기관, 인물별로 정리돼 있어 항목별 재산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예컨대 국민들이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인물별로 하나씩 검색해봐야한다. 강남에 위치한 아파트를 소유한 공직자 전체 현황을 확인하려면 모든 공직자를 한명씩 따로 찾아봐야하는 식이다.
국민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공개 방식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 제공을 우수정책으로 홍보해온 정부가 유독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만 이같은 불편한 방식을 취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 접근성, 활용성 중점 둬야
손영준 정보화사회실천연합 대표는 "정보를 공개만 해서는 안된다. 접근성과 활용성도 중요하다"며 "PDF는 검색이 안 된다. 엑셀 파일로 변환도 가능하지만 100% 완벽하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행안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 관보시스템'이 해결사 노릇을 할지 관심을 받고 있다. 행안부는 작년 9월 관보발행체계를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해 관보를 손쉽게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내 구축 완료가 목표다.
행안부 관계자는 "한글, 엑셀 등 파일형식을 다양화하거나 항목별, 주제별로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행안부는 타 부처가 보내온 내용을 그대로 올린다. 타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사처 고위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항이 아니어서 답하긴 어렵다"면서도 "시스템이 새롭게 구축되는 것에 맞춰 바꿔야 할 부분이긴 하다. 차세대 관보시스템의 방향이 결정된 후 행안부가 의견을 구하면 검토해볼 사항"이라고 답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