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낮 맨해튼엔 개미 한 마리 없어"…'유령도시된 뉴욕'

      2020.04.02 07:03   수정 : 2020.04.02 09:47기사원문
코로나19 사태 이후 텅빈 타임스퀘어 모습. (독자제공)© 뉴스1


뉴욕 맨해튼의 유명 쇼핑거리 소호 거리 모습. (독자제공)© 뉴스1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근 한산한 거리 모습. (독자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유령 도시나 다름 없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김모씨(3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현재의 뉴욕 상황을 이렇게 한마디로 표현했다. 시내 곳곳 식당과 술집, 영화관은 이미 영업을 중단했고, 전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늘 북적이던 맨하탄, 타임스퀘어도 텅 비었다.



대신 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자택에서 포장 및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잠들지 않는 도시', '세계의 수도', '빅애플' 등 수많은 수식어를 자랑하던 뉴욕이 하루 아침에 '유령도시'로 모습을 바꿨다.


2일 주뉴욕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31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만5795명, 사망자는 155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맨해튼 등 뉴욕시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4만3139명으로 뉴욕주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전역의 확진자가 17만인 점을 감안하면 뉴욕주에서만 전체 40%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뉴욕주는 지난 22일 오후 8시부터 필수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전원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퍼스 온 뉴욕(PAUSE on New York)'을 시행 중이다. 비필수적인 외출은 금지되고 거의 모든 사업장 운영이 중단된 사실상 폐쇄된 '락다운(Lockdown)' 조치다. 외출 시에는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6피트(1.8m) 이상 벌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뉴욕의 일상은 마비된 모습이다. 학교는 일제히 휴교에 들어가고 뉴욕 대부분의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유명 관광지, 미국 프로농구(NBA), 골프, 축구 등도 중단됐다. 9·11 사태 때도 이틀만에 공연을 시작했던 뉴욕 브로드웨이 역시 모든 공연이 취소됐다.

자연스레 거리에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환경이다. 뉴욕시 거주 한인 A씨(34)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맨해튼 소호는 토요일 오후 낮 2시에도 개미 한 마리 안 보인다"며 "바, 음식점 어디든 의자와 테이블은 쓸 수 없고, 모든 음식은 포장이나 배달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맨해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앞서의 김씨는 "배달하고 포장만 하니 매출이 80% 가까이 줄어 타격이 심각하다"며 "다른 가게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마트다. 마트 앞은 개장 전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며, 쌀과 휴지, 통조림, 물, 손 세정제 등은 매대에 채워지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이는 뉴욕을 비롯한 미 전역 곳곳에서 일어나는 상황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구매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인들은 대부분 자택에서 지내며 감염을 예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의료체계에선 확진될 경우 치료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뉴욕한인회, 뉴욕한인의사협회 등 한인사회는 조만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핫라인을 가동, 원격진료와 무료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직장인 백모씨(30)는 "검진을 받는다 해도 치료를 하기엔 비용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중병 이상의 증상이 아니면 검진을 잘 해주지 않아 일반인의 경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마스크 사용에 부정적이던 현지인들도 이제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됐다.

그간 마스크는 환자나 의료진 등만 착용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방차원에서 마스크 사용이 늘어난 것이다.


뉴저지 거주 직장인 김모씨(24)는 "마스크 끼고 다니는 사람도 전에 비해 늘어나는 추세"라며 "원래는 마스크 착용에 안좋은 인식이었는데 지금은 마스크에 위생장갑까지 끼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미국 전역에서 의료 인력과 장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31일 기자회견에서 500명 이상의 구급 응급의료요원과 간호사 2000명, 구급차 250대가 뉴욕시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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