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닫고 사람 줄고…" 홍대도 불이 꺼졌다

      2020.04.02 12:14   수정 : 2020.04.02 12:14기사원문

"홍대에서 20년 장사했지만 이렇게 사람 없는 건 처음 봅니다"

지난 1일 밤 9시. 밤이 깊어 질수록 불야성을 이루던 서울 마포구 홍대에서는 다소 이른 시각임에도 일부 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있었다. 마감 준비를 하던 한 의류매장 상인에게 다가가 "원래 닫는 시간이냐"고 묻자 "사람이 있어야 장사를 하지 않겠냐"며 탁 쏘아붙였다. 그는 "텅 빈 거리를 보라"면서 "평소의 10%도 안 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클럽도 포차도 '조심'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영업을 강행하는 일부 클럽과 헌팅포차에 20~30대 젊은이들이 몰리며 빈축을 사던 홍대 상권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정부가 유흥, 실내체육시설 등에 영업중지 강력권고를 내리면서 홍대 인근 클럽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2일 마포구에 따르면 홍대 인근에 위치한 44개 클럽 중에 43곳은 영업을 일시중단하고 있다. 홍대 상권 인근에서 아직 코로나19 확진자는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정부 권고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홍대를 방문한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낀 상태였다. 평소라면 수십명이 줄을 서며 장사진을 이루던 홍대 클럽거리는 조명이 꺼져 어둠이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임시 휴업'한다는 현수막만이 바람에 나부낄 뿐이었다.

일부 주점은 사람이 제법 있어 보였지만 텅 비거나 문을 닫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홍대 유명 헌팅포차는 마스크를 착용한 뒤 발열 체크를 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포차 입구에는 춤 영업을 중단하고 하루 2회 소독을 실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 헌팅포차 관계자는 "평일이라서 사람이 없는 거냐"는 질문에 "평일에도 수십명이 줄 서는 곳이었다"며 "주말에도 손님이 많이 줄었다. 접촉이 많은 실내 영업장이다 보니 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숨 지었다.


■클럽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홍대 상권 '한숨'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유동인구가 줄고 클럽이 닫자 직격탄을 맞은 건 주변 상인들이다. 홍대에서 밤 9시라면 아직 이른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맥 없이 마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부 매장은 밤 10시30분까지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불이 꺼져 있었고, 임대 현수막을 붙인 곳도 눈에 띄었다.

홍대 상권은 클럽과 유흥주점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클럽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 노점상, 카페 등은 클럽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다. 한때 클럽 방문객의 쉼터로 꼽혔던 '홍대 놀이터'가 텅 비어있다는 것은 홍대 유동인구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방증한다.

홍대에서 20년 가까이 떡볶이 노점상을 하고 있다는 50대 김모씨는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 본다"라며 "원래 밤이 되면 클럽을 찾는 외국인이 많아서 내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이 50대50이 되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악세사리 매장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는 "4평 남짓 되는 공간의 한달 월세가 500만원이 넘는다"며 "손님이 꾸준히 줄다가 지난 주부터는 발길이 끊긴 수준이다.
주말이 되면 조금 낫지만 월세를 감당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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