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한국을 위한 대외경제정책

      2020.04.02 16:53   수정 : 2020.04.02 16:53기사원문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을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거침없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인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지언정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이다. 오히려 진정 걱정스러운 것은 바이러스가 망쳐놓고 떠난 경제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한 경제위기는 단기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리고 장기화하면 전 세계적 수요 감소와 공급 위축의 충격이 고스란히 모든 경제주체에 전해질 것이고, 한국도 당연히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대내적으로는 재정을 활용해 소득 감소, 소비 위축, 기업 도산 그리고 대량실업이라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국민에게 소득을 보전해주더라도 그 금액으로는 국민이 얼마간 버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작년 2% 경제성장률을 위해 재정적 여력을 상당히 소진한 상황에서 마냥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방치할 수도 없다. 인플레이션을 각오하고 중앙은행을 활용해서 소위 '헬리콥터 머니'를 공급하는 방안도 단기적 처방일 뿐이다. 결국 대내 경제정책만으로는 이번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고 일어서기는 어렵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극복 과정에서 연간 8%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했던 중국을 수출시장으로 성공적으로 활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바이러스 위기 전에도 경제성장률이 5%대에 머물렀고, 지금은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우리가 지금 주목할 시장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도 지금은 바이러스가 한창 확산하고 있어서 경제활동이 상당히 위축돼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정부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지난주부터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90일간 관세 유예조치도 발표했다. 이런 전례 없는 정책들은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호황을 유지했던 미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5월 이후 본격적으로 그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지금 최적의 대외경제정책은 5월부터 예상되는 미국 시장의 회복세에 빠르게 편승해 총수요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한국은 2010~2015년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는 동안에는 꾸준히 대미 경상수지 흑자 혜택을 본 경험이 있다. 또한 한국은 경쟁국들과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급행열차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급행열차를 타고 달릴 수 있도록 대미통상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현장에서 활약했으며 미국 통상당국자들에게 한국 통상정책을 제대로 설명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빨리 발탁해서 수준 높은 맞춤형 대외경제정책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신남방정책을 책임지는 경제보좌관에 전문성을 갖춘 통상 전문가가 임명됐다.
바이러스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동남아 시장을 경제회복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실력 있는 대미 통상 전문가가 대외경제정책을 준비할 기회도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모쪼록 한국이 대외적으로 위기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Resilient Korea'(다시 일어서는 한국)로서 자리매김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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