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교통사고 뒤 지인 도피시킨 간부의 최후
2020.04.05 06:20
수정 : 2020.04.05 11:17기사원문
(광주=뉴스1) 전원 기자 = 음주운전을 교사한 것도 모자라 교통사고 뒤 운전자의 도피를 도운 전남지역 농협 간부가 벌금형을 판결받았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상 음주운전 교사 및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전남의 한 농협 간부 A씨(49)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씨의 말을 듣고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B씨(40)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8월10일 전남 곡성군의 한 식당에서 B씨와 술을 마셨다.
같은날 오후 4시56분쯤 A씨는 술에 취한 B씨에게 '네가 자동차를 운전해 나를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B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95% 상태에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회전교차로에서 C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로 인해 C씨는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고, 500여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C씨의 차량이 훼손됐지만 B씨는 구호조치 등을 하지 않고 도주했다.
당시 A씨는 마침 현장을 지나가는 지인의 차량에 B씨를 태워 교통사고 현장을 벗어나게 했다.
결국 A씨는 B씨의 음주운전을 교사하고, 벌금형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B씨를 도피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재판이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는 B씨가 음주운전을 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현장을 떠나도록 해 적정한 형사사법권의 행사를 방해했다"며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A씨가 B씨와의 친분관계로 사고현장을 떠나게 했을 뿐 다른 사람이 운전한 것처럼 수사기관을 기망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 "B씨는 음주측정거부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음주운전을 해 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이탈해 그 죄질이 나쁘다"며 "다만 음주사실을 자백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는 점,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