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지원금 가능할까?…"일괄지급 후 세금 환수하면 돼"
2020.04.06 12:39
수정 : 2020.04.06 22:33기사원문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 지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당의 입장이 바뀌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전문가는 전 국민에게 일괄 지급한 뒤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세금으로 환수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부산광역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총선이 끝나는 대로 당에서 모든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국민 전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자기확신을 가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전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은 일괄 지급 후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긴급성을 요하기 때문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일괄 지급하고 나중에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때 올 한해 소득 변동을 반영해서 세금으로 거둬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소득감소가 많이 나타난 사람과 소득 자체가 낮은 사람은 제외하고 고소득자나 고소득 자영자들 중심으로 나중에 세금을 거두면 자연스럽게 고소득자는 재난지원금을 반납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재정건전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9조원이 아니라 15조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재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1년 뒤면 환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재원문제로 지자체 협조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며 "영국이 아동수당을 그렇게 했으며 유럽에서도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에 일부는 과세소득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나 유럽국가의 지급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은 소득 하위 약 85% 국민에게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한다. 하지만 소득이 기준선을 넘더라도 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급액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이같은 지급방식을 택해 전체 95%까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사실상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셈이다.
독일은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생계지원을 위해 프리랜서, 자영업자, 최대 5명의 정규직원을 보유한 회사에 기본 5000유로(약 673만원)를 지급하고 추후 3개월 내까지 9000유로(약 1212만원)를 추가 지원한다. 최대 10명의 직원을 보유한 회사에 대해서는 1만5000유로(약 2020만원)를 지급한다.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지급되면 국적과 상관없이 세금 번호를 받아 수익 활동을 하는 모든 내·외국인이 지급 대상이다.
문제는 재원 문제와 정부의 반대다. 앞서 정부는 당정청이 모여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논의할 때 당초 중위소득 100% 이하 약 1000만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현재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가구보다 적은 규모다.
결국 여당은 전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으나 재원마련 문제와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는 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득 하위 70%로 절충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환수한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막대한 재원을 당장 마련해야 하는 점이 문제로 떠오른다. 우리나라 2000만가구에 100만원씩 지급한다면 약 20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9조원보다 11조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최 연구위원은 "기재부가 너무 완강하게 반대해서 못하고 있다. 긴급하다고 하니깐 그렇게 지급하고 환수하면 깔끔하다"며 "전에도 재난기본소득 얘기가 나올 때부터 이런 내용을 제안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제기되는 다자녀, 한부모, 경계선 소득 역전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번 재난소득 나올 때부터 얘기를 했다. 예견된 논란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