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현생 이겨낼수 있는 것은 예술의 힘"

      2020.04.06 16:39   수정 : 2020.04.06 16:39기사원문
"기존 도제 형태의 작업방식은 끝났다. 우리만의 작업방식을 찾는게 숙제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 7일 개막하는 2인극 '언체인'의 신유청 연출자(39·사진)가 밝힌 자신만의 연출 철학이다. 그는 지난해 '녹천에는 똥이 많다' '그을린 사랑' '와이프' 등 내놓는 공연마다 호평을 받았고, 제56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잘나가는 그가 올해 처음 내놓은 작품이 2017년 초연부터 참여한 '언체인'이다.

그는 "내겐 연기나 글 쓰는 재능이 없다"며 "다양한 분야의 재주꾼과 함께 대본을 충실히 무대에 구현하는 것이 나만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연출의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의견을 주도적으로 내는 배우도 있다. 최대한 같이 생각하고 함께 결정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이 결정해야 할 일이 있고, 배우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있다."

'언체인'은 지난해 호평받은 '그을린 사랑' 등의 연출작과 달리 원작이 없다. 올해 세번째 공연인 이 작품은 제작자의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연출, 작가가 공동 창작했다. 신유청 연출은 "마치 뼈에 혈관, 근육, 피부를 붙이듯 만든 작품이라 더 애착이 간다"며 "초연과 재연이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다면, 삼연은 재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언체인'은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려는 '마크'와 사건의 열쇠를 쥔 기억을 잃은 듯한 '싱어'의 진실게임을 그린다. "누가 범인인지보다는 범죄사건을 둘러싼 죄의식과 양심에 대한 이야기다.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끝없는 거짓말과 타인을 속이는 과정이 반복된다.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본인도 미처 몰랐던 무의식이 드러난다." 이때 일정한 속도로 작동하는 매트로놈을 무대에 비치해 작품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기존 무대에서도 소리를 적극 활용해온 신 연출은 "가성비가 좋다. 나만의 영업 비밀"이라며 웃었다. "무대에 청각적 요소를 이용하면 모든 것이 심플해지면서 에너지 넘치는 장면이 나온다. 좋은 파트너인 지미 세르 음악·음향감독과 늘 함께 작업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가 한층 위축된 가운데 '언체인'은 예정대로 개막한다. 신 연출은 "연습 초기에는 막연한 불안감에 연습실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확진자 수에 따라 기분이 오락가락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로 '현생'(현실의 삶)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문화예술의 힘도 떠올렸다. '레미제라블'이나 '맘마미아'처럼 잠시 현실을 잊게 할 만큼 힘을 주는 작품, 세대를 거쳐 사람들이 찾아보는 공연이 있다.
우리는 그런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고 난관도 있겠으나, 공연을 통해 서로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 공연은 6월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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