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채·통안채 시장서도 이탈시...銀 채안펀드 손실부담 가중

      2020.04.06 17:52   수정 : 2020.04.12 13: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회사채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들 이탈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향후 코로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국고채 및 통화안정채권 시장에서도 이탈이 가속화할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참여하는 은행권의 손실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하는 채안펀드를 신규로 10조원 조성키로 한 가운데 은행권은 6조7000억원을 부담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요동치는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으로 보유자산의 현금화가 발생하고 있고, 특히 달러 매수세가 강하게 일어나면서 달러인덱스가 100 이상을 상회하며 달러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현재 환율은 1240원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환율의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채권의 매각을 촉발할 수 있다. 일례로 외국인들의 회사채 잔고는 지난 2월 연중 최대였던 1191억원 대비 43.49% 급감한 673억원(4월 3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재작년 말부터 지난해 8월까지 160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12월에 8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올해 2월에 다시 상승하긴 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채권시장이 흔들리자 큰폭으로 감소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향후 코로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비중이 큰 국고채나 통안채 시장에서 외국인이 투자금을 급격히 회수할 경우 이는 시장금리 상승과 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결국 채안펀드에서 은행들의 손실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여파가 지방은행에 이어 시중은행 전반으로 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무디스는 기업은행을 비롯해 부산·대구·제주·경남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무디스는 대상 은행들이 코로나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아 향후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으로 채권시장 등에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이 미치면, 금융지원 부담을 떠안았던 국내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은행들은 해외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는 등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의 경우 국내와 달리 중앙은행이 채권매입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미 국채는 물론 민간회사의 CP도 매입한다. 회사채는 기업이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고, CP는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한국은행법에 따라 중앙은행인 한은은 기본적으로 민간과의 거래가 제한돼 상업은행에 부담이 전가되는 모양새"라며 "하지만 예외규정 등을 잘 살펴 국내도 해외처럼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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