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앞에 상도덕 실종… 세계 '의료물자 쟁탈전'
2020.04.08 18:10
수정 : 2020.04.08 18:10기사원문
웃돈을 이용해 의료물자를 가로채거나 입도선매를 하는 편법 행위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소위 상도덕마저 실종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자네즈 레나르시 유럽연합(EU) 위기관리 집행위원은 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질서정연하게 물품 조달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감염이 심각한 국가들이 의료물자 확보를 위해 잇따라 수출을 막고 있다며 이달 2일까지 54개국에서 84건의 의료물자 수출 금지 조치가 나왔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3M등 주요 마스크 및 의료물자 제조사를 겨냥해 수출보다 국내 수요를 맞추라며 그러지 않으면 "매우 거칠게 대하겠다"고 경고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이달 초 베를린시의 안드레아스 가이젤 내무장관을 인용해 베를린 경찰이 3M의 중국 공장에서 마스크 20만개를 주문했으나 해당 물량이 태국 방콕에서 행선지가 바뀌어 미국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3M은 애초에 독일에서 주문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FT에 의하면 베를린시 내무부는 마스크 뿐만 아니라 독일 무역회사를 통해 주문한 인공호흡기가 미국의 압력으로 배송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 확진지가 가장 많은 파리 북동부의 그랑테스트의 장 로트너 지방의회 의장도 이달 현지 라디오를 통해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 공항 주기장에서 모종의 구매자들이 프랑스 지방정부가 주문한 마스크 200만장을 3~4배의 웃돈을 주고 가로챘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해당 구매자들이 미국 정부의 대리인들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바이아주의 파비오 빌라스 보아스 보건장관도 지난주 현지 방송에 출연해 주정부에서 주문한 600개의 중국산 산소호흡기가 미국 마이애미에서 환적 중에 증발했다며 미 정부가 부당하게 압류했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일단 브라질로 가는 물자를 막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익명의 바이아주 관계자는 FT에 "사실 미국이 해당 물자를 직접 막은 것은 아니고 중국 판매자가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웃돈을 낸 것 같다"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