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구입한 물건 부쉈는데 재물손괴죄..헌재 “위헌”
2020.04.09 12:00
수정 : 2020.04.09 12:00기사원문
헌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기소유예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이 거주하는 집에서 사실혼 배우자에게 결별을 요구하며 다투다 이불, 카페트, 수건, 슬리퍼 등을 가위로 자르고 밥통을 집어 던지고 옷걸이를 부수며 장판을 긁히게 했다는 혐의(재물손괴)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손괴했다고 특정된 물건 중 이불, 카페트, 수건, 밥통, 옷걸이는 사실혼 배우자와 동거하기 전 취득한 단독소유이므로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될 수 없고, 장판은 공동소유이나 장판에 경미한 흠집이 생긴 것일 뿐 그 효용이 손상될 정도로 손괴된 것은 아니다”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재물손괴죄의 객체는 타인의 소유에 속해야 하고, 공동소유는 형법상 타인의 소유로 해석된다”며 “청구인이 사실혼 이전에 구입한 이불, 카페트 등은 그 이후 함께 사용했다 하더라도 사실혼 기간이 약 10개월 정도로 짧았던 점 등에 비춰 타인의 재물에 해당되지 않아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판 표면에 흠집이 생긴 것에 불과하고, 교체나 수리를 요할 정도의 손상이 아니고 장판으로서의 효용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장판이 손괴됐다고 볼 수 없다”며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타인과 함께 사용하던 재물을 부수거나 망가뜨렸다 하더라도 그 재물이 타인의 소유인지, 그 재물의 효용이 실질적으로 해하여진 것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재물손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이라며 “관련 증거와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청구인에게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