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속 잠든 책 깨워 이웃과 함께 읽어요"

      2020.04.09 18:32   수정 : 2020.04.09 18:32기사원문
"책 공유, 부모 입장에서도 반드시 필요했죠."

가정의 책장 속에 잠들어 있는 도서들을 이웃 간에 공유하는 신개념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우리집은 도서관'의 원용준 대표(사진)가 밝힌 창업 배경이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마음으로, 실제 생활속 불편과 고민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착안한 셈이다.

그래서일까. 출시 4개월밖에 안된 '우리집은 도서관'은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 대표는 "기본적으로 편리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라며 "직장인 엄마들에게는 도서관을 가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도서관에 간다고 한들, 아이가 읽고 싶은 모든 책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이웃들 책장에는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책이 있다.
그런데 97%는 책장에서 그냥 잠자고 있다"며 "이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연결해 주면, 책을 빌려주고 빌려보는 양측 모두에게 의미있는 일"이라고 인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공유 서비스인 '우리집은 도서관'에 치명적인 악재일 수 있었다.

원 대표도 "초반에는 위기감이 컸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은 기회이기도 했다. 철저한 방역과 비대면(언택트) 서비스 강화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 대표는 "고객에게 책을 전달하기 전에 더욱 철저하게 항균과 소독에 신경을 썼고, 고객과 일체의 대면 없이 현관문에 책을 걸어주고 현관문에서 회수하는 도어투도어 '언택트' 서비스를 확장했다"며 "그 결과 예상 밖의 큰 성장을 하고 있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라고 미소지었다. 원 대표는 모든 집이 '도서관'이 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그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기 전, 이웃들에게 먼저 책을 구해서 읽어볼 수 있다면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모든 가정이 그야말로 우리집을 도서관으로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현재 3만권 정도의 책이 등록돼 공유되고 있는데, 언젠가 100만권의 책이 등록된다면 더욱 유의미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유 재화를 다양화시키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책을 시작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더욱 다양한 물품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원 대표는 "아마존이 책을 시작으로 온라인쇼핑몰 부문을 제패했듯이 책을 통해 고객 간 공유 네트워크 및 플랫폼을 구축하고, 점차 이를 다양한 재화로 확장시키려 한다"며 "이미 일부 고객들은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교구나 영어 CD 등을 공유하고 싶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 대표는 '우리집은 도서관' 창업을 "운명 같은 길"이라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부러움을 살 만한 한국거래소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더블유게임즈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박차고 나왔으니 그럴 법도 하다 싶었다.
그러나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든 도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제가 생각해 낸 서비스를 반드시 제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었고, 스타트업 창업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부연했다.
'우리집은 도서관'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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