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감성' 붐비던 익선동, 지금은 '썰렁'

      2020.04.13 17:48   수정 : 2020.04.14 08:43기사원문
"익선동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만난 20대 여성이 '개화기 의상'을 입은 소감에 대해 묻자 이와 같이 말했다.

익선동에서는 이른바 '개화기 의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복고감성을 내세운 '뉴트로(New+Retro)' 열풍과 한복 대여에 익숙해진 20대 젊은이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방문객으로 붐비던 익선동 상권도 시들어갔다.


■방문객 급감 "개화기 의상요?"

13일 업계에 따르면 익선동 인근에 위치한 6곳의 개화기 의상 대여실은 단축 운영을 하거나 일시 휴업을 하고 있다. 익선동 방문객이 줄면서 손님도 급감했고, 타인이 입던 옷으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 생긴 탓이다.

한 대여실에는 "3월 1일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임시 휴무하게 됐다. 재오픈일자는 추후 홈페이지 및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재공지하도록 하겠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문이 한글과 영어, 중국어로 적혀있었다.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라고 안내했지만 정오가 되도록 문을 열지 않는 대여점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화기 의상을 입은 젊은이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익선동이었다. 화창한 날씨였던 이날 익선동은 주중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

익선동 상인 60대 함모씨는 "코로나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옛날 옷을 입은 젊은이들로 붐볐었지"라며 "지금은 개화기 의상을 입은 사람은커녕 일반 손님도 찾기 힘든 판"이라고 말했다.

■"익선동 문화, 사라져서 아쉬워"

의상 대여점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했다. 150벌 이상의 개화기 의상을 보유하고 있는 A대여실에 따르면 하루 평균 70만원을 올리던 매출은 10만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의상 대여료가 3시간에 2만~3만원대인 걸 감안했을 때 하루 30명 방문하던 손님이 3~4명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A의상 대여실 관계자는 개화기 의상에 대한 유행이 끝난 건 아니냐는 질문에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매출이 나쁘지 않아서 그렇게 볼 수는 없다"며 "날씨가 좋아질수록 매출이 오르는 게 업계 흐름인데 코로나19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20대 박모씨는 "솔직히 혼자 그런 옷 입으라고 하면 창피해서 못 입는다"며 "다른 사람도 많이 입으니까 나도 용기를 낼 수 있던 거였는데 지금 같으면 썰렁해서 아무도 못 입겠더라"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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