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언택트 이코노미… 핵심은 전자증명·디지털화폐
2020.04.13 20:00
수정 : 2020.04.13 20:00기사원문
-은성수 금융위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을 시작으로 코로나19가 촉발한 언택트 트랜드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블록체인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DID, 탈중앙화 신원식별)과 디지털 화폐(CBDC) 등이 테크핀(기술+금융) 시대를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언택트 이코노미'에 필요한 거래 당사자 간 신뢰를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로 뒷받침하는 한편,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를 지역화폐로 다각화해 정부보조금 지원 과정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포스트 코로나=비대면 경제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 규제 샌드박스 도입 1주년 회의를 통해 "코로나19는 비대면 거래 확대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매출이 떨어지는 등 기업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한 금융혁신을 함께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코로나19 사태 후 크게 달라질 세계경제 질서와 산업 생태계에 대비해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정책방향과 비대면 산업 육성 등 정책과제들도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ID, 언택트 경제 구현
경제금융 정책 수장이 일제히 강조한 '언택트 이코노미'는 '이니셜 DID 연합' 등이 준비 중인 DID 기반 비대면 금융 서비스와 닮은꼴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3사 및 대학·금융권이 참여 중인 '이니셜 DID 연합'은 DID와 모바일 금융을 결합, 신용대출이나 보험금 정산 과정을 줄이고 자격 심사도 비대면으로 진행토록 구상 중이다.
또 주택 매매나 전세계약, 근로계약, 휴대폰 구입 약정서를 비롯해 각종 업무협약(MOU) 과정에서 직접 만나 서류에 서명하거나 기업마케팅 여론조사를 하는 것도 DID와 스마트컨트랙트(조건부 자동계약 체결)를 통해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
■美·中 이어 한은도 CBDC 준비
한국은행이 최근 CBDC 실험운용계획을 구체화한 것도 포스트 코로나와 맞닿아 있다. 비대면 경제 활동이 늘어날수록 모바일 간편결제 및 송금 규모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오프라인 결제과정에서도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내미는 대신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를 통해 사람 간 접촉면을 최대한 줄이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한은은 "최근 스웨덴과 중국 등이 현금 이용 감소와 민간 디지털 화폐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 CBDC 발행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 등도 CBDC 연구를 강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한은은 대내외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CBDC 테스트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촉발한 중국이 세계 최초로 연내 CBDC를 발행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한편,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웨덴, 스위스 등 6개 중앙은행이 지난 1월 CBDC 연구그룹을 구성하자 한은도 시범 운영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지급하는 긴급생활자금 등 재난지원업무를 효율화하는 방안에도 CBDC가 거론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전자지갑을 활용한 디지털 달러 도입 방안이 제시된 게 대표적이다.
또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난민 신원확인과 지원 과정에서 이용하는 DID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당장 중앙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반 지원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면, 각 지자체가 운영 중인 지역화폐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블로코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CBDC 도입에 앞서 김포페이와 동백전(부산페이) 같은 각 지자체 지역화폐를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며 "지역화폐 발행 유통 사용 정산 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하면 향후 CBDC 도입여부 논의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