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간 숨가빴던 공식선거전 되돌아보니..안도·실망 교차
2020.04.14 16:17
수정 : 2020.04.14 17:27기사원문
■코로나 속 ‘조용한 선거’
지난 2월 중순 이후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총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총선은 연기 없이 원래 일정대로 치러졌고, 모두의 우려 속에서도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그 중심에는 ‘조용한 선거’가 있었다. 각 후보의 캠프는 유권자와 대면 접촉하는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선거운동원을 최소화했다. 쩌렁쩌렁 울리는 마이크, 확성기 연설도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주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던 유세 방식도 주먹 악수로 대신했다. 축제를 방불케하는 흥겨운 로고송과 화려한 율동도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빠른 템포의 트로트를 로고송으로 정했다가 ‘걱정 말아요 그대’, ‘하나 되어’ 등 잔잔한 곡으로 바꿨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컸던 대구지역에 출마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수성갑) 캠프는 로고송 가사에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 언론들도 코로나19 속에서 무탈하게 치러진 한국의 총선을 집중 조명했다.
■브레이크 없는 '막말 선거'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막말’을 꼽을 수 있다. 말 한마디에 지지율이 요동치는 판국에 각 정당 지도부는 자당 후보들에게 자중을 당부했지만, ‘시한폭탄’처럼 터지는 후보들의 입을 제어하기란 불가능했다.
후보의 돌발적인 ‘설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통합당이었다. 서울 관악갑에 출마했던 김대호 전 통합당 후보는 3040세대와 노인 계층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가 결국 제명됐다. 뒤이어 차명진 전 후보(경기 부천병)가 ‘세월호 텐트 막말’과 상대 후보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통합당은 또 다시 제명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당 인사들도 경솔한 발언으로 논란을 부추겼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지원유세 과정에서 통합당을 겨냥해 “쓰레기 같은 정당, 저런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이라고 칭해 막말 논란이 불거졌다. 도종환 민주당 후보(충북 청주 흥덕)는 “(북한보다) 실제로 우리가 더 많이 (미사일을) 쏘고 있다”고 말해 ‘안보 망언’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남국 후보(경기 안산 단원을)는 선거 막판에 과거 ‘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 논란에 휩싸였다. 친문계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의 정봉주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저를 시정잡배 개쓰레기로 취급하고 공식적으로 당신들 입으로 뱉어냈다"고 비난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하루 만에 사과했다.
■고소·고발 난무 '정책선거' 실종
정책선거가 실종된 가운데 네거티브 선거가 기승을 부린만큼 고소·고발전이 난무했다. 총선을 하루 앞둔 이날에도 전현희 민주당 후보(서울 강남을)는 상대인 박진 통합당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같은 날 전주병에 출마한 정동영 민생당 후보도 김성주 민주당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창원 마산회원에선 하귀남 민주당 후보와 윤항홍 통합당 후보가 서로를 선관위에 고발했고, 박재호 민주당 후보(부산 남구을)는 상대인 이언주 통합당 후보의 남편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일부 후보들은 테러와 폭행 위협을 받기도 했다. 주광덕 통합당 후보(경기남양주병)의 유세현장 인근에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벽돌을 던져 소동이 일었고, 홍준표 무소속 후보(대구 수성을)는 유세 중 한 남성에게 골프채로 위협을 당했다.
경찰이 이번 총선과 관련해 단속한 선거사범은 이날 오전까지 1166명에 이른다.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선거전은 ‘정치불신’과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일보 전진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