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설에 오른 '아키에 리스크' 어쩌나...아베 총리 부인 단체여행 논란

      2020.04.16 16:06   수정 : 2020.04.16 22:52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코로나 정국에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영부인 리스크'로 또다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6일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슈칸분슌)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를 촉구하는 아베 총리의 요청과 달리, 지난달 15일 단체투어로 오이타현에 있는 우사신궁 참배 여행을 다녀왔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아키에 여사가 오이타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인 3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사태 선포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 수 없다"면서 외부 활동 자제를 강조했다.

총리 부인이 바로 그 다음날 여행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투어의 주최 측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일정(약속)이 전부 없어져 어디론가 가고자 한다"면서 아키에 여사 쪽에서 문의가 왔다고 말했다.

오이타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참배시 간격을 두고 착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키에 여사 일행은 밀착한 채 경계하는 내색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키에 여사는 우사신궁 참배 외에 다른 관광 일정에는 합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리의 대국민 메시지와 달리, 총리 부인이 코로나 확산에 대한 경각심없이 단체여행을 갔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구설에 오를 수 있는 내용이다.




아키에 여사는 지난달 하순에도 도쿄 모처에서 친한 연예인들과 식당에서 회합을 겸한 꽃놀이를 한 사실이 보도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식당에서 지인과 모임을 하면서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라며 "공공장소에서 꽃 구경을 하거나 도쿄도가 자제를 요청한 공원에서의 꽃놀이와 같은 연회를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인터넷 공간에선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에게 외출자제를 요청한 것과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키에 리스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7년엔 극우 성향의 학원법인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에 아키에 여사가 관여했다는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로 아베 총리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또 대마초 등 마약류에 엄격한 일본 정부의 기조와 달리,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해야 한다던가, 원전재가동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아베 총리와 달리, 탈원전을 주장해 정권과 반대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아베 총리 측근그룹의 눈총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도리어 '가정 내 야당'이란 자의반 타의반 애칭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수년간 이어진 아키에 리스크가 최근 부쩍 크게 부각되는 건 코로나 정국에서 실추된 아베 총리의 리더십 역시 한몫한다. 가정의 인원 수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2매씩 천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밝혀, '아베노마스크'라는 비판과 조롱에 이어 지난 12일 아베 총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택에서 반려견을 안고 외출 자제를 요청하는 캠페인성 영상을 올렸다가 "한가하다"는 비난이 폭주했다.
코로나 정국에서 켜켜이 쌓인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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