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VS. 103… 협치 아닌 힘의 정치땐 또 동물국회
2020.04.21 17:43
수정 : 2020.04.21 17:44기사원문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여당 승리 시나리오 여러 개를 제시하며 특히 180석의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이라는 것이다.
180석은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5분의 3에 해당하는 숫자다. 180석의 동의가 있으면 상임위에서 여야 입장 차로 통과에 난항을 겪는 법안을 바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올려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정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표결을 통해 곧바로 중단시킬 수 있다.
특히 여야 협치의 첫 시험대로 오는 7월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공수처장 임명이 꼽힌다.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후보추천위는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3명과 여야가 각 2명씩 추천한 인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꾸려진다. 이 중 6명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동의하면 가결된다. 그간 야권은 추천위원회 구성 자체가 편향적이고, 대통령이 최종 선택하는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최종 임명 직전 대통령이 여야 의견을 고루 청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밖에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와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여당 입맛대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여당의 일방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의식해서인지 민주당은 '겸손모드'를 유지 중이다. 선거 직후 지도부가 먼저 몸을 낮추고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선거 직후 해단식에서 자축 대신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말로 16년 전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언급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 역시 "국민이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 국민의 뜻을 모으고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며 협치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민주당이 이참에 개혁 법안들을 속전속결로 다 처리하겠다는 유혹에 빠질 수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야당에 발목이 많이 잡힐 거고 갈등이 유발돼 국회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되면 국민 여론도 돌아설 수 있다"며 "여당이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국민적 동의와 야당의 협조를 구해가면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