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女 살인’ 증거 넘치는데…'기억 안 난다'는 피의자 뭘 믿고?

      2020.04.26 11:50   수정 : 2020.04.26 17:48기사원문
23일 전북 진안군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 씨(34·여)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20.4.23/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23일 전북 진안군 한 천변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씨(34·여)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현장에 나온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0.4.23/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원룸에 홀로 사는 A 씨(34·여) 실종사건이 발생해 8일째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22일 전주시 완산구 용복동 일대에서 경찰들이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0.4.22/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모르는 일이다. 우울증 약을 먹어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전주 실종 여성 살해사건’ 피의자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26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3시50분께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관촌면 경계의 한 천변 수풀사이에서 지난 14일 실종된 A씨(34·여)의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는 실종됐을 당시 입었던 옷을 입고 있었으며, 시신 훼손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결과 사망원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명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살해 동기는 나오지 않았다. 피의자 B씨(31)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나·동생 사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실종 9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A씨는 전주의 한 원룸에서 홀로 지냈다. A씨는 B씨의 아내와 10여년간 알고지낸 선후배 사이였다. B씨도 4년 전부터 A씨를 알고 지냈다.

3살이라는 나이 차이로 B씨는 A씨에게 누나라고 불렀다고 한다.

B씨는 지난 14일 오후 10시40분께 A씨에게 전화를 해 불러냈다. A씨는 B씨의 차에 타기 싫었지만 B씨의 강요에 의해 조수석에 탔다.

당시 A씨의 집 인근 폐쇄회로(CC)TV에 B씨가 A씨를 강제로 태우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친오빠가 17일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48만원 통장 이체, 금팔찌 빼앗아 아내에게 선물

경찰은 전주 30대 여성이 살해된 이유가 금전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5년 전부터 인터넷 도박에 빠져 수천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운영하던 퀵배달 사업장 직원들에게도 수십차례에 걸쳐 10만~30만원을 빌렸으며 가족들에게도 수차례에 걸쳐 돈을 빌린 것도 확인됐다.

사건 당일에도 돈을 빌릴 목적으로 이들이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B씨는 A씨를 살해한 뒤 A씨의 통장에 있는 돈 48만원을 자신의 통장에 이체했다.

경찰은 B씨가 이미 숨진 A씨의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으로 돈을 이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B씨는 A씨가 손목에 차고 있던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도 가져가 자기 아내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팔찌 선물에 대한 것은 경찰이 B씨의 아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B씨의 아내는 조사 이후 금팔찌를 임의제출했고 경찰은 이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당시 직업이 없어 돈을 빌려줄 수 없는 여건이었지만 B씨가 돈을 빌려 줄 것을 요구하다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악독한 피의자, 차안서 여성 무차별 폭행


지난 14일 오후 11시께 전주 효자공원묘지 인근 도로 방범용 CCTV에 A씨가 B씨에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이들은 전주 혁신도시 쪽(김제방향)으로 이동했고 50분 뒤인 다음날 0시19분께 김제 한 도로 CCTV에 찍혔다.

하지만 A씨가 타고 있던 B씨의 차량 조수석은 뒤로 눕혀져 있었으며 옷에 가려져 있었다. 이에 경찰은 이들이 타고 있던 차가 CCTV에 찍히지 않은 50분 동안 A씨가 살해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차안에서 수차례 A씨를 폭행해 제압한 것 같다”며 “이후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할 곳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 체포·구속·시신 발견까지 단 6일…피의자 “기억 안 난다”

전북 경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이틀 만에 B씨를 긴급 체포했다. 또 이틀간의 조사를 통해 B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수색작업에도 적극 나섰다. 100여명의 인력과 수색견을 투입, B씨의 동선을 따라 대대적인 수색작업에 나섰다. 경찰은 CCTV 분석과 B씨의 동선을 추적하는 수사기법을 총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발빠른 수사가 없었다면 사건 해결에 오랜 시일이 걸렸을 수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빨리 실종된 여성을 가족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100여명의 경찰들이 밤낮없이 수색하고 조사했다”고 말했다.

B씨가 A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는 넘쳐난다.

B씨는 긴급체포 되기 전날 ‘살인 공소시효’ 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검색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B씨의 차 안에서는 A씨의 혈흔과 슬리퍼 한 짝이 발견됐다. 또 B씨가 30여분간 머무른 전주시 용복동 인근 냇가와 야산에서 A씨의 남은 슬리퍼 한짝과 모자, 마스크, 휴대폰 등을 발견했다.

A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도 B씨는 4시간 정도 머물렀던 곳이었다. A씨가 B씨에게 폭행당하는 CCTV 영상 등도 확보한 상태다. A씨의 전 재산인 48만원도 B씨의 계좌로 이체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범행에 대해 여전히 전면 부인하고 있다. B씨는 경찰에서 “모른다.
우울증 약을 먹어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경찰은 B씨의 성향을 볼때 자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검토할 계획이다”며 “B씨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모은 증거로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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