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기회 vs. 수질오염 악화… 새만금호 해수유통 논란

      2020.04.26 17:41   수정 : 2020.04.26 17:41기사원문
【 전주=김도우 기자】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 된 새만금. 새만금 안에 상류인 만경강·동진강에서 내려온 물을 가둔 새만금호(湖)가 있다. 담수호다.

호수 면적은 외곽을 둘러싸며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34㎞)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1만ha에 육박한다.

평균수심은 5.5m, 담수량은 5억3500만t으로 설계됐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섬진강댐 담수량(4억6600만t)을 훨씬 웃돈다.


■수질 4~5등급 나빠져 생태계 파괴

애초 새만금사업이 농지확보를 통한 식량 증산 목적으로 시작된 만큼 새만금호는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 때마다 바닷물 역류에 따른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상습 침수피해(1만2천㏊)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지금은 그 많은 담수량의 극히 일부만 방조제 시설인 신시·가력 배수갑문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다 보니 물의 체류 시간이 수개월이다. 물이 고여 수질이 4∼5등급으로 나빠지고 내부 생태계도 망가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목표 수질(3∼4등급)도 달성하지 못했다.

방조제 건설 첫 삽을 뜨던 1991년부터 수질악화를 우려했던 전북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이 매년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실정을 재차 강조한 이유다.

시민·사회단체 요구는 간단하다. 해수유통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이고도 수질이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갑문을 통해 해수를 전면 유통하자는 것이다.

해수 유통은 배수갑문의 상시 개방이나 추가로 제3의 갑문을 설치해 해수 유통량을 늘리는 방안이다.

배수갑문을 통해 민물과 바닷물이 왔다 갔다 하면 생태계가 복원되고 수질이 개선돼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료를 내놨다.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이들 단체는 2018년 발표한 '2017년 어업생산동향조사 결과(잠정)' 전북어업 생산금액은 약 2700억원으로 전체 3.7%에 해당한다. 비슷한 규모의 충남과 전남의 어업 생산 금액은 약 5000억과 2조7000억원으로 전북도를 앞선다.

새만금 이전과 이후 어업량이 역전 됐다는 설명이다. 새만금 사업이 시작된 1990년 전북 어업생산량이 충남에 2.5배 등을 고려하면 현재 전북 어업량은 최대 2조5000억원에서 최소 8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은 "방조제 물막이 이후 새만금 내측 어류 종수는 58%, 개체 수는 85% 감소했다"며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당시 독일 전문가들은 새만금 하구 갯벌의 가치를 연간 1조원으로 환산했다"고 말했다.

■해수유통 논란 종지부 찍어야

이런 해수유통 제안에 전북도나 새만금 개발청은 말을 아끼고 있다. 새만금국제공항, 새만금 수변도시 조성, 새만금 동서남북도로 등 굵직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총 10조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이나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소모성 논란이 또다시 증폭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전북도는 올초 새만금 수질 개선사업 연장을 주장했다.
새만금호 2단계 수질 대책은 73%의 내부 개발 계획에 맞게 수립됐지만, 현재 개발은 38%에 불과하고 새만금호 내부 환경 대책은 내년 착공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수질개선 사업 기간 연장 이유를 설명했다. 전북도가 '새만금 해수유통 결정 시기상조'를 공식화 한 이유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새만금호의 담수화로 수질이 악화되면서 어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생태적 교란으로 어류나 조류 생태계가 혼란에 빠졌다"며 "해수유통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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