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정상화 '청신호' 켜졌다…BC카드 증자안은 유지
2020.04.30 08:00
수정 : 2020.04.30 14: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이에 따라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사회생할 기회를 얻게 됐다.
■ 개점휴업 케이뱅크 '기사회생'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재적 290인 중 재석 208인, 찬성 163인, 반대 23인, 기권 23인의 표결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서 불공정거래 행위 전력으로 완화하는 게 골자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구조가 과점 형태로 이뤄져 있는 만큼, 혁신금융 관점에서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기존 금융권과 동일하게 규정하기 보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따지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다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금융을 이끌 수 있는 인터넷은행업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여야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금융소비자보호법과 패키지로 처리키로 합의하고 지난달 5일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막판 여당의 반대표가 나와 부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일부 수정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서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당초 케이뱅크 출범을 주도했던 KT는 지난해 3월 5900억원 규모 증자를 통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이후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 고발까지 당하면서 금융위는 지난해 4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자본 확충 계획이 무산되자 자본 부족에 허덕이던 케이뱅크는 대출영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에는 직장인K신용대출, 직장인K마이너스통장, 비상금마이너스통장을 중단했고, 6월에는 슬림K신용대출, 일반가계신용대출 상품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에는 쇼핑머니 대출 상품마저 중단시키면서 예·적금 담보대출 외에는 신규 신용대출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등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상태다.
■ 원안대로 BC카드 주도 증자…중장기적으론 KT 등판할 듯
이날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로 KT도 케이뱅크의 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지만 KT는 일단 원안대로 BC카드 주도의 증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 과정에서 KT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있었고, 케이뱅크에 대한 증자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지난 14일 BC카드는 이사회를 열고 KT 대신 2988억원을 투입해 케이뱅크 지분 34%를 취득키로 결정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와는 별개로 자본확충이 지연되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케이뱅크를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BC카드가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BC카드는 조만간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에 통과된 만큼 BC카드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BC카드는 카드결제 프로세싱을 대행하는 업무를 하고 있고, 빅데이터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케이뱅크와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T 관계자는 "각사들이 이사회 결의를 이미 마쳤고, 관련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케이뱅크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증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 당초 계획한 방향 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KT가 다시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영업 확장을 위해서는 추가 증자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오는 6월 5949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조1000억원 수준으로 늘리더라도 영업 확장을 위해서는 추가 증자가 필요하다"면서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추후에 KT가 케이뱅크 지분을 다시 획득하거나 BC카드와 투트랙 체제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