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멈춰선 '미투', 관련 법안 모두 폐기 우려
2020.05.03 11:30
수정 : 2020.05.03 17:07기사원문
■'미투 운동' 법안 폐기 위기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제출된 비동의간음죄 관련 형법 개정안은 10개에 달하지만 한건도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비동의간음죄는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보다 폭넓게 정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은 폭행·협박이 있을 때만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발의된 법안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피해자가 협박·공포 등으로 인해 저항하지 못한 사건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관련 논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여야 여성 국회의원 13명이 지난 2018년 9월 공동 발의해 화제를 모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지난해 3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 논의된 것에 그쳤다. 백혜련 의원이 같은해 3월 공동 발의한 관련 개정안도 한 차례 논의된 이후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언어적 성희롱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언어적 성희롱은 현행법 상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직장 내 성희롱'만 사규 등으로 처벌받고 있는 실정이다.
천정배 민생당 의원이 지난 2018년 3월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안'은 이같은 내용을 담았으나, 같은해 9월 법사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후 입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국민 전체적인 성인지 감수성은 높아졌지만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슈가 지나가고 나니 사람들도 더 이상 (주의깊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성인지' 부족 행태 잇따라
'박사방' 등 성착취물 사건에도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해 '박사방' 등 디지털 성착취 범죄가 국민의 공분을 사자 관련법을 무더기 통과시키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청원 1호'가 졸속 처리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랴부랴 추가 법안을 입법했다는 분석이다. 법사위는 관련법 정비 대신 불법 합성 영상물인 '딥페이크' 처벌 규정을 추가하는데 그쳐 비판받은 바 있다.
오는 21대 국회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되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일부 논란이 있는 비동의간음죄 신설을 둘러싼 논의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회 내 남성의 발언력이 높고, 특히 (관련법 상임위인) 법사위 의원들이 대부분 남성들이라 비동의 간음죄 등을 동의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며 "21대 국회가 다시 구성되지만 지금과 다를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