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병원 가는 것도 힘들어요"…우체국 직원들의 하소연
2020.05.05 09:00
수정 : 2020.05.05 10:58기사원문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우정사업본부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보편적 우편 서비스에 차질이 우려된다.
5일 우체국 관계자에 따르면 세종시 우정사업본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에서 지난 4월27일부터 1인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 참여자는 우체국공무원노조와 읍·면 등 시골 지역 별정우체국 임직원이다. 이들은 돌아가며 연가를 내고 매일 정부에 우편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월1일자로 전국 별정우체국 정원을 253명 줄이는 내용의 문서를 해당 우체국에 전달했다.
이미 2018년 131명 감원으로 현재 129개 별정우체국은 2명씩만 근무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 감원이 이뤄지면 수년 내 400여곳의 면 지역 별정우체국은 2명만 근무하게 된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는 앞으로 4년 동안 677개의 직영우체국을 없앤다는 방침이어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우정사업본부는 통신환경도 바뀌고 시골 인구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익 범위에서 우체국을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별정우체국 직원은 우체국 업무가 우편, 금융, 보험 등 3개 분야인데 최소 3명은 있어야 기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2명 근무로 운영 중인 우체국 직원은 업무시간 중 화장실 가는 것도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집안 대소사 등으로 휴가는 물론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조차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는 넋두리가 절로 나온다고 했다.
이는 별정우체국 외에도 2인 우체국으로 운영 중인 전국 400여개 직영우체국 직원들의 목소리와도 일치한다.
우정사업본부의 계획대로라면 5년~6년 전후로 전국 면 단위 우체국의 반 이상이 없어지거나, 있다고 해도 2인 우체국이 많아 정상적인 서비스 기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아직도 농·어촌 시골 지역에는 노인 인구가 많아 택배나 금융업무, 우편업무 등을 이용할 때 우체국 직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고 했다.
별정우체국 직원들은 정부가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비용 책임을 우정사업본부에만 미룰 게 아니라 전향적 정책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체국은 특별회계부처로 자체 사업을 벌여 인건비와 운영비 등 비용을 감당해 왔다.
한 푼 두 푼 예산을 아껴 오히려 잉여금을 국고와 각종 공익기금으로 전출하고도 시골 지역의 보편적 서비스 비용까지 책임져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의 비용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우편 등 보편적 서비스 부분만이라도 예산을 지원하고, 자치단체 등에서는 청사를 무료로 임대하는 등 관심을 갖고 공공성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직영우체국과 별정우체국이 없어진 자리에 우편취급국을 운영해 전국 면 단위 우편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복안인데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했다.
우편취급국은 완전한 민간사업자로 수익이 나지 않는 면 지역에는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예금과 보험 등 정상적 금융 창구 업무를 볼 수 없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물량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를 이유로 2023년까지 충북에서만 40~50개 이상의 우체국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이유로 충주에서는 2018년 교현동우체국이 폐국해 공공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북 군산시의회 등은 지난 3월 '우체국 폐국 반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정부에 근본적 문제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 망원동과 인천 동구 주민도 지역 우체국 폐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 별정우체국 직원들은 현업에 매진하면서 주민 서명운동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리고 있다.
우체국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는 적자경영 책임을 현장 직원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설득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국토균형발전정책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의 폐국과 감원 정책을 깊이 들여다보고 국민의 우체국을 지키는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직영우체국은 폐국이 아니라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별정우체국은 인건비 부담으로 정원 조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