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고공행진'인데 은값 '지지부진' 이유는
2020.05.11 11:22
수정 : 2020.05.11 11: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금의 '짝꿍'으로 꼽히는 은 가격은 바닥을 기면서 금과 은의 가격차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벌어졌다. 은 가격이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은을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은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은선물(H)'은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3개월간 -12.7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ODEX 골드선물(H)'이 9.75%의 수익률로 순항 중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은 대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자 각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에 나섰고,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금값은 상승세지만 금 가격에 동조화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은 가격은 되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금·은 가격 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직전 80배선에서 지난 3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20배를 넘었고, 현재도 110배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지금이 매수시기"라며 주머니를 열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과 은을 안전자산이라는 동일한 잣대로 비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달러, 엔화, 채권 등 대체할 만한 안전자산이 충분한 데다 투자목적의 수요가 많은 금과 달리, 은은 산업용 수요 비중이 50~60%를 차지하고 있어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은 실제 수요보다는 투자목적의 수요가 많다보니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 산업재 수요가 많은 은은 그 반대”라며 “은은 이제 과거 대비 안전자산 성격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섰다는 신호가 와야 올라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은 가격비율은 정점을 찍었다”며 “지금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어 안전자산 수요가 금으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코로나19 현재진행형이고,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세계경제가 추가로 타격받을 수 있어서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경기민감도가 높은 은은 수요가 금보다 산업재인 구리와 유사하게 움직인다”며 “미·중 무역전쟁 재개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은의 상승동력이 낮다. 미국, 유럽의 경제재개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간이 지나면 은 가격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처럼 금값은 오르는데 은값은 낮은 것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며 "통화공급이 확대되는 국면에선 귀금속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고, 은도 금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