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쌓이는 통합당 출신 이력서…"직급 낮춰도 좋으니 일만 달라"

      2020.05.11 05:31   수정 : 2020.05.11 10:23기사원문
국회의사당 전경. 뉴스1 자료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김정률 기자 = "4급 보좌관 1명 뽑는데 42명이 지원했어요. 그중 10명 정도가 통합당 의원실 소속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A 의원실 관계자)

"직급을 낮춰 비서관으로 지원했어요.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미래통합당 4급 보좌관)

21대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나면서 선거 이후 약 한 달 동안 진행되고 있는 보좌진 채용 시장에서 각 당별 의원실 상황도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약 50석 가까이 늘어난 민주당 측은 4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보좌진들은 상대적으로 구직의 선택 폭이 넓어지며 승진까지 노리지만, 낙선자가 많은 미래통합당 의원실의 보좌진은 국회 의원회관에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른 정당 출신 보좌진을 채용할 때 검증을 철저히 하라는 공지까지 냈던 민주당 의원실 채용에도 통합당 의원실 출신 인사들의 이력서가 몰렸고, 직급마저 낮춰 구직에 나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날부터 각 의원실별 보좌진 등록이 시작된다.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1명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등 총 8명을 둘 수 있다.

민주당 측 입장에선 산술적으로 최소 약 400개의 보좌진 일자리가 생기면서, 고스펙 소유자 또는 국회 경험이 많은 보좌진을 '입맛'에 맞게 뽑을 수 있게 됐다.

20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지 못하고 이번 총선을 통해 재입성하거나 현역 의원 중에서도 희망하는 상임위원회에 따라 보좌진을 교체하는 사례가 많아 채용 규모는 탄력적인 편이다.

21대 총선 성적표에 따라 민주당 의원실 출신 보좌진은 취업에 숨통이 트였다. 이들 가운데엔 구직은 물론 승진을 기대하는 보좌진도 적지 않다. 전문성이 널리 알려진 보좌진들은 오히려 원하는 의원실을 선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민주당 A의원 보좌관은 "선거가 끝난 후 열흘 새 3~4곳에서 제의가 있어 우선 면접을 진행하고 의원실 보좌진 구성 등을 보면서 선택했다"며 "원내 의원이 많아지다보니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 보좌진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총선에서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의원실 보좌진은 당선인 측에 접촉하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대부분 높은 경쟁률에 어려움을 겪었다.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정책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보좌진들은 상대적으로 정당 구분없이 채용 길이 열려 있었지만 민주당이 내놨던 이른바 '보좌진 구성 가이드라인' 탓에 더욱 채용 문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Δ낙선 국회의원 보좌진을 우선 임용할 것 Δ타당 출신 보좌진은 더 확실히 검증할 것 Δ보좌진은 반드시 당원 가입할 것 등 보좌진 구성에 대한 깐깐한 검증 절차를 밟으라는 당 사무총장의 공문이 있었다.

그러나 현역 보좌진 교체를 결정한 한 민주당 의원실에 4급 보좌관 1명을 뽑는 채용 공고에는 42명이 지원했는데, 10명정도가 통합당 의원실 소속 보좌진들이 이력서를 냈다. 난항을 겪고 있는 통합당 보좌진의 구직 상황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5급 비서관으로 재직 중인 한 보좌진은 뉴스1과 통화에서 "선거 이후 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은 매일 매일이 불안하다"며 "이력서를 넣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통합당 의원실 한 4급 보좌관은 다른 의원실에 직급을 한단계 낮춰 이력서를 제출했다.
이 보좌관은 "구직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4급으로 갈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다 보니 자존심을 버리고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통합당 측 몇몇 보좌진들은 국회를 떠나 대기업 대관(對官) 분야에 구직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수요가 많지 않다고 한다. 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하며 '거대여당'이 되면서 기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대관 업무에서 큰 빛을 못보게 된 탓이다.


대기업 한 대관 담당 관계자는 "양당이 팽팽한 국회 상황이 아니다 보니 이왕이면 민주당 보좌진 출신 인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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