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시간들, 진짜 내 시간으로 만드는 게 인생"
2020.05.11 16:47
수정 : 2020.05.11 16:47기사원문
한국 현대무용의 대모라 불리는 안무가 안애순(사진)이 또 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한다.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제39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를 통해서다.
'리틀 히어로스, 컴 투게더!'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무용제에서 그는 개막공연을 통해 신작 '타임 스퀘어'(15~16일·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안애순은 그간 '시간, 시공간, 시제를 가지고 있는 몸의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접속'에 방점을 두고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최근 20여년간 해왔던 작업들을 조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안애순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몸이 한 곳에 묶여 있으면서 세상과 단절되니 오히려 가상과 다른 세상에 대한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머릿속에서 지난 날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안무가에게 기억은 몸에 저장된 춤 동작을 통해 되살아나더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그간 안무가로서 살아오면서 자신의 몸에 저장된 춤 동작들을 광장과 같은 무대에 다시 소환해내기로 결심했다. 춤판이 벌어지는 무대는 그의 과거의 기억과 또 이들의 뒤섞임으로 나타나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연결시켜주는 장소가 되는 셈이다.
안애순은 "어쩌면 인간이 생각하는 시간의 개념은 굉장히 추상적"이라며 "우리 각자는 매 순간 현재 속에 살지만 현재는 과거와 미래가 맞닿아 있는 찰나여서 우리가 정말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인생의 의미는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아닌 나의 것으로 만들 때 생긴다"며 "주관적인 내 시간에서 진정으로 시공간이 내 것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이런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에서도 좌석간 거리두기를 하는 이때에 안애순은 예전보다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띄어앉기로 이번 공연에 오는 분들은 로얄석에서 보시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그는 "공연에서 현장성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제는 공연자와 관객이 다른 방식으로도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