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가 이혼가정에 던진 화두...이태오도 파국에 이를까?
2020.05.14 09:25
수정 : 2020.05.14 19: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태오(박해준 분)도 파국에 이를까? BBC 원작 ‘닥터 포스터’에서 모든 것을 잃고 빈털터리가 된 남자주인공 사이먼처럼,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이태오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지 관심을 모은다. 원작과 어떻게 다른 결말이 펼쳐질 것이며, 마지막 2회를 남긴 ‘부부의 세계’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졌나.
지난 14회 방송에서 지선우(김희애)와 이태오(박해준), 여다경(한소희)이 다시 인생의 갈림길에 섰다. 소중한 모든 것을 잃었다는 절망감에 바다로 뛰어든 지선우가 아들 이준영(전진서)을 위해 다시 일어섰다.
지선우는 여다경의 마음속 불안을 꿰뚫었다. “내 결혼은 다르다”며 애쓰는 여다경에게 지선우는 “결혼은, 부부는,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흔들리고 뒤집히고 깨지기도 해”라며 일침을 가했고, “이태오 나랑 잤다”라며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 부모 떠난 원작의 아들, 혹독한 대가 치른 지선우
15회 예고편에서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남 탓하지 말고 네 잘못을 돌아보라”고 충고한다. 여다경의 달라진 태도에 많은 것을 잃게 생긴 이태오가 지선우를 찾아가 “내게 아직 감정이 남아 있느냐”며 둘의 동침 사실을 폭로한 것을 따진 까닭이다.
원작에서도 남편 사이먼은 전 부인 젬마와 동침한 사실이 들통이 나면서 절벽 끝에 섰다. ‘부부의 세계’에서는 지선우와 이태오가 의도치 않게 잠자리를 갖게 된 것으로 나오나, 원작에서는 젬마가 의도를 갖고 남편을 유혹하며 복수의 마지막을 장식한 측면이 크다.
모든 것을 잃은 사이먼은 아들 톰에게 아버지이자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며 그야말로 바닥까지 추락했다. 톰은 부모의 싸움에 지쳐 집을 나간다. 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부모에게서 빨리 독립하는 서양 문화의 영향도 한 몫 했으리라.
‘부부의 세계’에서는 지선우가 자신의 큰 그림대로 이혼하기 위해 아들에게 몹쓸 꼴을 보인 대가를 이미 혹독하게 치렀다. 6회에서 지선우는 양육권 방어를 위해 이태오를 속이고, 이태오는 지선우가 아들을 죽였다고 착각해 그녀를 피범벅이 되도록 때렸다. 문제는 그 모습을 아들이 직접 본 게 만든 것이었다. 이 사건은 아들이 이혼 후 아빠가 아닌 엄마를 택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무릇 부모의 이혼은 자식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데 만약 두 사람이 지선우와 이태오처럼 ‘전쟁’을 방불케 대립한다면 누구의 잘못이 큰지를 떠나 그게 자식에게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부부의 세계'는 여실히 보여줬다.
■ "이혼가정의 아이, 다친 마음 보듬어줘야"
아이 때문에 이혼한 남편과 재결합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 드라마를 보면서부터 이혼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며 “이혼 후 결혼을 생각했던 상대도 있었지만, 재결합을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아이들을 나만큼, 나 이상으로 사랑해줄 사람은 애들 아빠 밖에 없다는 거였다”고 썼다.
이혼가정에서 자랐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저 또한 이혼 가정이기에 어릴 때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준영이에게 감정이입이 됐다”고 했다. “커보니 어른인 부모 또한 이혼 상처가 커서 그리 했겠구나, 또 다르게 보게 된다. 이제 모두 용서하고 그때 이혼한 두 부모가 안쓰럽기도 한데, 이게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좀 힘들겠다, 이혼가정의 아이는 독립심이 필요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올렸다.
대법원이 유튜브에 올린 ‘법원 이혼 부모교육’ 동영상은 이혼 과정에서도 부모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 동영상에서 한 법조인은 “부모의 이혼을 거치는 아이들은 상실의 5단계를 거친다”며 “부인, 분노, 흥정, 우울, 수용. 이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것이 아니고, 특정 단계에 오래 머물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 수용 단계까지 못가고 성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세계’에서 이준영은 지선우의 동료인 정신과 의사 상담을 통해 이혼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죄책감을 느낀 것으로 나왔다. 동영상에서는 “이혼가정 아이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대표적인 감정이 죄책감과 버림을 받았다는 느낌”이라며 “아이가 느끼는 분노와 두려움이 잘 표출되도록 도와주고, 이혼 후에도 부모가 아이를 계속 사랑할 것이며, 행여나 자녀가 부모의 이혼을 비난하거나 공격해도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보듬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혼 할지 말지 여부는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선택할 일이다. 다만 자식의 트라우마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부부의 세계’는 보여줬다.
원작 ‘닥터 포스터’에서 사이먼은 한참 자격미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것으로 나온다. 이태오도 아버지의 불륜으로 이혼 가정에서 자랐다. 지선우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었는데, 두 사람이 사고 직전 불륜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선우는 자신의 엄마와 유사한(?) 선택을 하나, 아들에게 똑같은 상처를 남겨주지 않기 위해 깨어나며, 다시 일어선다.
■ 회개하고 반성한 손제혁, 이태오는 과연?
지선우는 이렇듯 자신의 삶을 뒤흔든 이혼이라는 예상치 못한 현실을 직면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그 현실을 타파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도 미처 몰랐던 실수를 범했기에 이를 반성하고 과거의 상처도 딛고 성장했다. 그렇다면 이태오는 과연 어떨까? 뒤늦게 아내의 가치를 깨달은 친구 손제혁(김영민)처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성장할것인가?
손제혁의 달라진 모습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회계사라서 회개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180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아내 고예림(박선영)처럼 남편의 바람을 눈감아줬으면, 관계가 다시 회복됐을텐데, 지선우가 그러지 못해 상황이 악화됐다고, 잘못된 생각이 강화될 여지가 있게끔, 둘의 관계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이태오와 손제혁의 차이는 있다. 아내의 요구대로 이혼서류에 도장도 찍은 손제혁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안다는 것이다. 앞서 여다경의 부모 앞에서 모든 것을 폭로한 지선우에게 이태오는 "도대체 내가 얼마나 사과해야 하냐"고 따지자, 지선우는 말했다. "당신은 단 한번도 내게 사과한 적이 없다"라고. 이태오의 말대로 "사람이 사랑에 빠진 것은 죄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다.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 네티즌은 “이태오는 정말 어떤 사람일까요? 이태오란 인간한테 왜 하루아침에 멀쩡한 인생 빼앗겨 최대 피해자가 된 전부인과 준영이만 맞아야하나요. 그들을 미저리 아내로, 아빠도 엄마도 거부하는 아들로, 만든 원흉은 왜 첩자식 눈치 보며 처자식만 패나요. 작가 너무해요. 다음주 사이다 결말 안 나오면 진짜 jtbc 보이콧 할거에요”라며 ‘사이다 전개’를 요청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남편을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고 ㅎㅎ 재결합 절대 안됩니다. 그러면 드라마가 아니죠”라고 했다. 15회는 15일 방영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