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 항공사 1분기 실적 뚜껑 열어보니
2020.05.15 17:26
수정 : 2020.05.15 17:39기사원문
지난해 4·4분기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던 대한항공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1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항공여객수는 1786만2693명으로 지난해 1·4분기(3056만9932명)과 비교해 41.57%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출발 여객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가 186개국(오전 10시기준)까지 늘면서 국제여객이 급감한 탓이다. 같은 기간 항공사들의 운항 역시 17만7277편에서 12만6695편으로 28.53% 줄었다. 그나마 항공화물톤수는 104만1047t에서 91만1665t으로 12.43% 감소하는데 그쳤다.
정확한 적자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6곳은 모두 1·4분기 적자를 냈다.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비상장 항공사들도 에어서울과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등 모두 적자가 확실하다. 6개 상장 항공사의 1·4분기 적자규모는 4224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4분기 이들 6개 항공사의 영업이익은 3960억원이었다. 매출은 지난해 1·4분기 5조9601억원에서 올해 1·4분기 3조9970원으로 32.94% 급감했다.
지난해 4·4분기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거뒀던 대한항공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피하진 못했다. 다만 실제 적자규모는 앞선 시장 추정치(2044억원)의 4분의 1수준이었다. 덕분에 '선방'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이날 올해 1·4분기 잠정 영업실적(별도기준)으로 매출 2조3523억원, 영업손실 5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92억원이 줄었고, 당기순손실도 환율 상승 탓에 외화환산차손실 5368억원 발생으로 증가했다.
대한항공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4분기 이후 처음이지만, 항공업계나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1·4분기 실적에 대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당초 증권사에선 대한항공이 2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손실을 최소화한 비결은 화물 덕분이다. 1·4분기 항공화물량은 감소했지만 한국을 오가던 외항사들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항공화물운임이 크게 올랐다. 실제 홍콩 항공화물 운임지수 TAC 지수 기준 중국과 미국 간 화물 운송료는 지난 3월 ㎏당 6.59달러로 지난 2월보다 100% 이상 올랐다. 대한항공은 여객 부문 타격을 화물수요 대응을 통해 만화하기 위해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용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항공화물 덕을 봤다. 매출 1조1294억원, 영업손실 2081억원으로 적자규모가 3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시장의 예상보단 양호한 실적을 냈다.
반면 여객에 집중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타격이 컸다.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도 영업손실 657억원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이날 각각 313억원, 3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은 청주∼제주 노선의 부정기편 운항 등을 통해 국내선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22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2·4분기를 더 걱정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6월부터 상용 수요가 많은 미주와 중국 노선을 중심으로 국제선 운항을 일부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중국, 독일 등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이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선에 의존하고 있는 LCC는 이태원발 집단 감염으로 국내선 수요 역시 회복에 제동이 걸렸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올 상반기 국내 항공사 매출 피해 규모를 6조30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