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식 거행
2020.05.18 13:25
수정 : 2020.05.18 13: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1980년 5월,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 세력에 맞선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거행됐다.
특히 이번 기념식은 지난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그동안은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진행돼 왔다.
올해 기념식은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를 주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주요인사, 여야 지도부, 5·18민주유공자 및 유족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 '26년'·'화려한 휴가'·'택시운전사' 등을 활용한 도입영상으로 시작된 이날 기념식은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국민의례, 묵념사, 경과보고, 편지낭독, 기념사, 기념공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정부기념일 지정 이후 올해 처음 도입된 묵념사는 김용택 시인이 집필한 '바람이 일었던 곳'을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장이 낭독했다.
경과보고는 예년과 달리 5·18민주화운동 유가족인 남녀 대학생(차경태·김륜이씨)이 맡아 5·18이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닌 살아있는 역사로 제대로 알고 기억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과거 경과보고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광주지방보훈청장이 맡았고,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5월 단체장이 맡아왔다.
5·18때 계엄군의 만행으로 숨진 임은택씨의 부인 최정희씨(73)의 원통한 사연도 편지로 소개됐다. 임씨는 1980년 5월 21일 3공수여단의 총격으로 숨졌고, 열흘 만에 광주교도소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기념공연에서는 5·18 40주년을 맞아 작곡가 정재일씨과 영화감독 장민승씨가 제작한 '내 정은 청산이오'가 최초로 공개됐다. 이 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남도음악과 전통문화, 오케스트라, 랩, 중창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해 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이라며 "처벌이 목적이 아닌,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5·18의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5월 12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시민들은 아픔을 넘어서는 긍지로 5·18의 명예를 소중히 지켜왔다"며 "광주 밖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광주의 고통에 눈감지 않고 광주의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왜곡과 폄훼는 더이상 설 길이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5·18 행방불명자 소재를 파악하고, 추가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보상에 있어서도 단 한 명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며 경찰관뿐만 아니라 군인, 해직기자 등 다양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진상규명의 가장 큰 동력은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는 국민들"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촛불혁명까지 민주주의의 거대한 물줄기를 헤쳐왔다"고 말했다.
이어 "5·18의 완전한 진실을 향한 국민의 발걸음도 결코 되돌리거나 멈춰 세울 수 없다"며 "국민이 함께 밝혀내고 함께 기억하는 진실은 우리 사회를 더욱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되고,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새기는 것은 5·18을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라며 "2018년, 저는 5·18민주이념의 계승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언젠가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그 뜻을 살려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지방 공휴일로 지정한 광주시의 결정이 매우 뜻깊다"며 "전남도청의 충실한 복원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정의로운 항쟁의 가치를 역사에 길이 남길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